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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19. 2019

제주바다를 삼킨 용머리에서의 깊은 사색의 시간

용머리 해안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다

사계리의 용머리 해안선을 따라 걷기


인적 없는 곳에서 깊은 사색을 즐기려면 바로 이 곳!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달려간 용머리.
이불 뒤집어쓰고 허우적거리는 건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해뜨기 전에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시작은 산방굴사 주차장에서부터다.

얼마 전에는 여기서 드론도 띄웠는데 영상과 사진들이 어딘가 처박혀 있을 거다.


산방굴사 주차장에서 용머리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팍 터지는 뷰가 좋다.
우측으로는 하멜 전시관도 있다.
용머리 뒤로 형제섬도 보인다.


화순 쪽에서 해가 뜨는데 폰카로 잡을 수 있는 게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된다.
그것 역시 실력이 저급하여~


하멜 전시관이 점점 가까워 온다.
이 뒤에 뭐가 있을까?

바로 하멜 기념비다.
흔히 들어봤을 거다.
하멜표류기는 교과서에도 나온다.
네덜란드의~



하멜전시관 옆으로 용머리 해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아침이라 아무도 없다.
나 혼자 용머리를 독차지했다는 거.
역시 일찍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해안선에 들어서니 해가 반대편이라 어둡다.
혼자라서 조용하긴 하지만 처음 가는 길이라 실낱같은 걱정도 있었다.


하멜전시관이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꼭 사람 얼굴 같다.
코쟁이?
네덜란드 사람들이 여기 보고 온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ㅋㅋ

멀리 송악산과 형제섬이 보인다.
사계 끝자락에는 유명한 숙박업소가 보인다.


세월을 공감케 하는 초대형 따개비와 아직 덜 자란 톳의 뿌리가 가득하다.

용머리 동쪽으로 돌아섰다.
여기서부터 엄청 고민했다.
벽을 타고 올라갈 것인가, 동쪽 해안선을 따라 계속 갈 것인가?
일 분 정도는 망설였던 것 같다.
"벽을 타자!"
결심을 하고 스스럼없이 벽을 올랐다.
잡을 데 많고 밟을 데 많아 난이도는 5.5?
그런 등급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아무튼 꾸역꾸역 기어올랐다.

어머나 세상에.
역시 고도를 높여야 뷰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멋진 경관이다.
사진은 개판이지만.

절벽 끝에 앉아 십여 분을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어떤 생각이 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잠시였지만,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나의 체취를 날려 보내고
끝도 모를 수평선 너머에 내 꿈도 날려 보냈다.

한라산은 뿌옇게 보였다.
그보다 가까이 군산오름도 보인다.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서 한 컷 찍어 두었다.
너무 조화롭지 않나?

다시 돌아오는 길.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쉬움이란 녀석이 고개를 돌리게 하는 거다.
언제라도 다시 올 수 있지만 이 순간은 다시 올 수 없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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