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웅크린 나, 일어나자!

가제 <실패전문가>의 서론에 쓸 시

by 루파고

엉또폭포


사람들은 나의 장엄함에 감탄만 하지.

숲 속에 납작 엎디어 하늘만 바라보던
어제의 나의 한숨을 알 턱이 있나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검은 구름이 모여들고 그들끼리 다투어
천둥 같은 화풀이를 해대기를
얼마나 속으로 부추겼는지.

마침내 하늘길이 열려 태곳적 음성 그대로
쏴아~
그 빗방울을 한 모금씩 모아
천년을 인내한 내 위용을 우렁차게 뽐냈어.
속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물빛으로 내뱉고
억눌렀던 아우성은 붉게 뿜는 핏빛으로 토하고

한숨 같은 흙빛 토사는 내 진토라네.


- 시인 이무림



(제주 엉또 폭포)

보일 듯 말 듯 숲 속에 숨어 지내다, 한바탕 비가 쏟아질 때 위용스러운 자태를 드러내 보이는 엉또폭포의 높이는 50m에 이른다. 주변의 기암절벽과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폭포 주변의 계곡에는 천연 난대림이 넓은 지역에 걸쳐 형성되어 있으며 사시사철 상록의 풍치가 남국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서귀포시 강정동 월산마을을 지나 500여 m 악근천을 따라 흐른다.





웅크림의 시간은 넘쳐날 정도로 충분했다.

이제 바짝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그동안 나를 돌아보며 보냈던 인고의 시간들 속에서 응축해낸 것들을 터뜨려야 할 때가 왔다.

이젠 깊고 얕음, 넓고 좁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조급하지 않을 줄 알며, 때론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결단력도 생겼다.

고통의 시간은 그저 고통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들은 에너지로 변했고 나란 생물이 커나갈 수 있는 양분이 되었다.

이제 시작이다.

지난 시작은 예행연습이었을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한민국 최초의 환경소설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