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명불허전

by 루파고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났다.

고관절이 부러져 핀을 박는 수술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병실에서 생활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참고로, 헬멧 안 썼으면 난 이미 저세상 사람이다.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 지금도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안전불감증은 사고에 맞닥뜨렸을 땐 늦은 거다.

어쨌든 난 난생처음 병원이란 곳에 입원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거의 보지도 않던 TV를 의무처럼 달고 살게 됐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는 군 복무기간 때도 뉴스와 영화를 제외하고는 쳐다보지도 않던 나다.

옛 어른들 표현처럼 바보상자처럼 보이거나 해서 그랬던 건 아니었다.

이상하게 난 TV보다는 책이 더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환자가 하루 종일 켜 둔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반강제적으로 귀를 파고다.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명불허전>이라는 드라마 3회 차 중 코믹하게 그려진 신이 내 관심을 끌었고 그 시점부터 밤을 꼬박 새우며 몰아보기에 돌입하고 말았다.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따로 할 것도 없고 책도 한 권 갖다 놓지 않은 상황이라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여 1박 2일간의 몰아보기가 이어졌다.

병문안으로 찾은 지인들과의 시간, 식사 시간, 쪽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16회 차에 달하는 드라마는 쉬지 않고 달렸다.


다음 주부터는 다음 달 초에 출판될 미스터리 소설 <차도살인>의 작가 교정을 시작한다.

병원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시기에 교정을 보게 된 게 다행이다 싶는데 조선과 현재를 오가는 시대 전환 구성의 <명불허전>은 내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지루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질질 끌어 중간중간 끊어보게 만드는 구간이 없진 않았만 김아중의 아찔한 미소는 끝까지 정주행 할 수 있게 나를 붙들었다.

그녀의 미소는 내 마음을 7월 땡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흐물거리게 했다.


좁아터진 의료용 침대 위에 몸을 누인 나는 고관절이 아파 삼일 동안 몸을 돌리기가 어려웠다.

24시간 밀착하여 수발을 돕는 간병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과 엉덩이가 땀과 진에 젖어들었다.

아프니 몸을 뒤집거나 세울 수 없으니 욕창이 생기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이라 요도를 따라 방광까지 깊게 박힌 소변줄에 의지해 소변을 해결해야 했고, 수술 후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덕분에 대변 신호는 삼 일간이나 오지 않았다.

아파보지 않으면 아픈 자의 마음을 모른다더니 첫 병원신세부터 세게 시작한 나는 환자 혹은 병자의 심경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험이 많아야 실감 가는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병원과 인연이 없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된 것을 보고 습득한 수준이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좀 더 깊은 생각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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