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프로그램 개발자로 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개발기간 한 달이 주어졌다.
A라는 개발자는 한 달 내내 퇴근도 마다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죽치고 살았다.
B라는 개발자는 빈둥 빈둥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약속했던 기간이 지나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어땠을까?
A의 결과물은 복잡한 코딩으로 개발자 본인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이다. 게다가 문제없다고 자랑하는 것과 달리 엄청난 버그를 수정한다. 그 때문에 시간은 늘어지고 점점 더 복잡해진다.
B의 결과물은 심플하고 속도가 빠르다. 에러도 적다. 업그레이드 역시 어렵지 않다.
열심히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물론 '열심'이라는 단어는 성실이 근본이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성실해야 한다는 건 이제 당연한 미덕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역시 열심은 절대 능사가 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열심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 난 멍청해 보일 정도로 생각을 깊게 하는 편이었다.
누가 말을 걸어도 모를 정도였다.
생각에 빠져있을 때는 귀찮게 하는 것도 싫었다.
멍청하게 앉아있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뇌는 일을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경우의 수를 두고 난잡한 기획을 깎고 다듬에 간결하게 만들었다.
그런 작업이 길어질수록 코딩할 게 줄어들고 매우 가벼워졌다.
단어부터 뜯어보자.
열심 熱心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씀. 또는 그런 마음.
어? 그럼 골똘은?
‘골똘하다(한 가지 일에 온 정신을 쏟아 딴생각이 없다)’의 어근.
즉, 온 정신을 쏟아 뭔가에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것을 두고 열심히 한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몸을 열심히 움직인다 해서 열심히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했다.
돌려 생각하면 비슷한 의미다.
글쓰기든 소설이든 사업이든 제안서든 뭐가 됐든 기획 단계부터 심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 대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해지고 만다.
좋은 글쓰기는 역시 기획력에서 시작이다.
그런데 나는 잘 쓰고 있는 걸까?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미안한 부분이지만 이 글은 대구 출장 다녀오는 길에 심심해서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언젠가 쓰리라 생각하고 제목만 걸쳐 두었던 걸 꺼내 쓰는 거라 기획이 없다.
그냥 머리에서 꺼내 쓰는 거라 난잡하게 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