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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26. 2019

13. 따릉이로 아라뱃길 100km 달리기

반포에서 아라뱃길 왕복

지난 늦여름 이야기다.

전 주에 이어 이번에도 따릉이를 타게 됐다.

내 로드바이크의 행어가 망가져서 따릉이로 50.4km를 달린 것이다.
행사에 참석은 해야 하니 이번에도 따릉이로 달려보기로 했다.

이번엔 100km 다.

주중에 워낙 공사가 다망하여 게을러진 탓이다.
행사 전날인 금요일 당일 서울 매장을 다 뒤졌지만 행어를 구하지 못했다.
따릉이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동호회 정기모임에 협찬하기로 한 물품들이 있어서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인쇄 사고까지 나서 저녁 늦게 간신히 인쇄물을 수령했다.
쿠폰 수령한 게 금요일 밤 9시 정도


그 참에,
금요일 밤 사무실에 앉아 소설 연재하던 <로드바이크>를 완결까지 쓰고 말았다.

자정을 넘긴 것이다.


배가 고파 교촌치킨을 주문하고 맥주 4캔 사다 저녁을 대체했다.
오랜만에 집중하니 글 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소설을 마무리 짓고 집으로 갔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간 보이지도 않던 모기님이 갑자기 출연까지 하셨다.

밤새 어찌나 콕콕 찔러대는지 잠까지 설쳤다.

그뿐 아니다.

저녁에 먹은 치킨이 속에서 부글부글.
결국 두 시간도 못 잤다.
아침도 결국 거르고(원래 아침 안 먹지만) 말았다.

8시까지는 서래나루에 도착해야 한다.

집에서 약 500미터 거리에 따릉이 주차장이 있다.


여유 있게 7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아뿔싸!
따릉이 결제가 안된다. ㅠㅠ
세 번의 시도 끝에 주변에 선물 요청

 하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촉박하여 따릉이 앱을 지우고 다시 설치해서 성공.
그러고 나니 7시 50분.
늦었다. 낭패다.


열심히 페달을 밟아 달리다 보니 역시 물이 없다.
이번에도 물 보급 차량 역할을 해야겠다 싶어 2리터 2통을 샀다.
구세주 같은 물님!!!

문제는 또 있었다.
뒷바퀴가 헐렁하다.
오늘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바람을 넣는 타이어가 아니고 충전재가 들어있는 자전거란다.
즉, 충전재가 빠져나간 거다.
어쩐지 잘 안 굴러가는 것 같더라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되돌아 가까운 따릉이 주차장으로.
2시간 예약했는데(기본 최대가 2시간임) 그냥 반납.
돈 그냥 다 날렸다.
그래서 아까 등록한 교통카드로 다시 결제하고 빌렸다.
기어는 딸깍딸깍.
시간이 없다.
아무튼 물통을 옮겨 싣고 다시 출발.

잠실 탄천합수부를 조금 지나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
설마? 하며 그냥 지나쳤다.
시속 32km 정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누군가 나를 뒤따른다.
어휴! 더 나가지도 않는데 ㅠㅠ
역시 따였다.
같은 동호회 회원이다.
자출 중이시란다.
따릉이 타는 거 보고 아셨다는. ^^
암튼 난 늦어서 형님하고 죽기 살기로 밟아 오는데 한남대교쯤 가니 전화가 걸려왔다.

쿠폰 기다린다고 빨리 오라는 것이다.
나 때문에 행사가 늦어지는 게 싫은데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짜증이 났다.
어제부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나 때문에 행사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서래나루를 점령한 사람들.
뒤쪽에 사람이 더 많다. ㅋ

기타 등등 여러 상품을 두고 경품행사를 진행한 후 수십 개 팩으로 나눠 라이딩을 진행했다.


추울바알~~
내 따릉이는 어딨나!
우리 팩 코스는 행주까지 왕복이었지만 계획이 변했다.
아라마루를 거쳐 아라뱃길 따라 끝까지 왕복
따릉이로 아이유고개 우습게 넘는 난 그까짓 거 하면서 갔다.


무서운 님들.
겁나 빠른 따릉이를 마구 버리고 가는...
업힐만 나오면 속도가 주저앉는다.
그래도 열심히.
기어가 1,2,3단밖에 없기 때문에 답이 없다.
완전 토크빨로 달려야 한다.


아라뱃길 선착장에서 한 컷!!!


고생할 팩원들에게 약을 파는 굇수님!
딱 걸렸다.
내 소설 <로드바이크>에서도 약장수 딱 걸렸지.


여기까진 그런대로 온 것 같다.
아라뱃길 때라 아라마루로 들어서기 전 잉어상에서 사진 몇 컷 남겼다.
먼저 출발한 다른 팩을 여기서 만나기도 했다.


스카이워크라는데 아무튼 저기서 사진 좀 찍고 다시 출발
아라마루 업힐을 오르면 여기다.
여기서 다시 공도를 타고 조금만 오르면 무지하게 긴 다운힐이다.
시속 50킬로 넘게 찍었다.
따릉이 최대치 아닐까? ㅋㅋ
내 몸무게를 지탱해준 것만 해도 용하다.
90킬로그램이니. ㅋㅋ


여기가 반환점.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완전 맞바람인데 따릉이로는 죽음이었다.
따릉이 무게만 18킬로
아직 남은 물이 2.5킬로
생명수를 버릴 순 없고
따릉이로 거친 맞바람을 (어젠 왜 그리 바람이 세게 불던지. ㅠㅠ)
핸들을 잡고 운행하려면 상체를 푹 숙여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따릉이가 운행을 거부한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아주 괜찮은 자세를 찾게 됐다.
바구니를 잡고 타는 거.
사람이 있음 고쳐 잡지만 한적한 곳에서는 아주 좋다.
자세는 거의 로드바이크 자세와 흡사하다.
어지간한 자전거는 다 따고 다닐 수 있게 됐다.
맞바람에 평속 25km/h 이상이면 나쁘지 않지.
항속 아님. 평속임.
덕에 몇 번 쉬긴 했지만 남원추어탕까지는 어케든 갔다.
죽는 줄 알았다.


드디어 목적지 도착.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ㅋㅋ


추어탕을 먹으니 힘이 솟는다.
아침밥도 못 먹고 이리 탔으니 배가 안 고프면 이상하지.
먹을수록 힘이 난다.
이제 서래나루까지는 껌이지? 라고 생각했지만 오래 가진 않더라는...


여의도에서 마지막 휴식
요 전엔 안합에서 쉬었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들 죽어나는 줄 알았다고 한다. ㅋㅋ



이제 정말 가을이다.
9월 1일.
가을맞이 라이딩 같았다.
볕은 뜨겁고 바람은 무겁다.
하늘은 예쁘고 마음은 가볍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추억.
좋은 행사였다



이렇게 해서 따릉이로 97.4km 기록이다.
여기서 끊었으니 집까지 간 거리를 합산하면 110km 되겠다.
암튼 담엔 따릉이 타고 이런 짓 안 하기로. ^^




따릉이 기록이다.
따릉이로 PR이 너무 많이 나온다. ㅋㅋ


평균 속도가 23.4km/h 다.

따릉이로 이 속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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