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 시즌3:사랑시> 9화-당신을 사랑하는 일
네이번 연재 중, 본격 자전거 로맨스 소설
세찡 : 그럼 내가 갖는 거다. 후회하기 없기!
별뚱 : 너에게 라면 뭐든 아깝지 않아. 덕분에 너의 손길에서 내 귀한 몸뚱이가 해방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 편해진다.
세찡 : 그럴 리가 있나. 너도 내 거고 그 사람도 내 거야.
별뚱 : 알았으니까 잘 자라. 나 오늘 너무 피곤해. 끝!
이별하는 칼같이 대화를 잘랐다. 더 길게 끌면 한세아의 수다는 끝없이 늘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쩜 예나 지금이나 잠이 없는지 몰라.'
이별하는 한세아가 백인찬이라는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 역시 관심이 있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그토록 많은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았어도 눈 한 번 깜빡한 적이 없던 친구였다. 더군다나 트라우마가 깊은 상처를 드디어 벗어난 건가 싶어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 백인찬이란 남자에 대한 관심의 불꽃은 조심스럽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별하는 노트의 간지를 한 장 넘겼다. 제목부터 끈적한 게 준흠에 대한 부담스러움이 더해졌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인연은
당신이었습니다
마음이 흐린 날에는
당신이 만들어주신 사랑을 앓고
고운 가을빛이 물든 날에는
솜사탕처럼 아름다운
구름꽃으로 당신의 미소를
생각했습니다
밤하늘에 별을 보며
당신이 왔다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숱한 날들을 별을
헤아리며 내 눈동자에
당신을 담아서 맑은 이슬 꽃으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했습니다
바람 부는 날에는 당신을
사랑으로 부르고
노을 지는 모습을 보며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이
나에게 저리도 예쁘게
붉게 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게
펼쳐진 행복 속에도
당신이 있기에 가능한
사람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도 당신의 사랑입니다
내 삶도
마지막 남은 이야기는
당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 2007년 너를 다시 보았을 때, 철
'철?'
이별하는 이 노트는 준흠의 습작 노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이상하게 가슴을 후벼 파게 만드는 시구가 익숙한 듯하면서도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 듯해 묘하다 싶었는데 다른 시인들의 작품이었다 생각하니 안도감 같은 게 생겼다. 어쩌면 시 한 편 때문에 준흠에게 마음을 움직였던 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2007년이라면 이별하의 데뷔가 있었던 해다. 게다가 '너를 다시 보았다'는 문구도 이상했다. 또한 준흠은 당시 그녀의 매니저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겼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지만 결국 시에 적인 '너'는 자신을 지칭한 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준흠의 수첩에 적힌 다른 사람의 시가 자신을 두고 쓰였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억지였다. 원했던 건 아니지만 괜한 설렘이 있었던 거다. 이룰 수 없는 로맨스 같은 걸 꿈꾸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자신을 나무랐지만 이루지 못할 이유도 없고 그게 이룰 수 없는 관계도 아니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별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일찍 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씻는 것도 잊었지만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만사 귀찮았는지 침대로 향하며 훌러덩훌러덩 옷을 벗어던지고 말았다. 시계, 목걸이, 귀걸이는 자동 머신처럼 몸에서 분해되듯 떨어져 회장대 위에 정확하게 놓였다. 알몸으로 미끄러지듯 흘러들어 간 침대 위는 세상 무엇보다 편했다. 이별하는 스마트폰의 시간을 확인한 후 화면을 껐다. 세상은 정적과 어둠만 가득했다. 눈을 감았지만 머리는 쉬려 들지 않았다. 피곤함과는 다른 것이었다. 머릿속엔 마지막 문구가 빙빙 돌며 떠나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이야기는 당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별하는 머릿속 시구를 나긋하게 읊어보았다.
"누굴까?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알마나 좋을까?"
백인찬, 조준흠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지만 금세 흩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조금씩 백인찬을 자신과 그려내고 있다는 걸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왠지 한세아가 탐을 낸다는 사실에 질투 혹은 소유욕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