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파편처럼 조금씩 허물어져 간다. 문득 우이동 북한산 아래 원주상회 아저씨가 기억났다. 벌써 언제 적 기억이던가? 삶을 살아가며 삶의 장소를 기억 속으로 옮겨가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건 늙어간다는 걸 증명하는 걸 거다. 이십 대 시절 쌀쌀한 날씨에 원주상회 일층 난롯가에서 아저씨가 구워 주시던 노가리가 기억난다. 옥상에서 막걸리와 안주로 먹던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이 아직도 입 안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다. 마른 체구의 아저씨와는 달리 너른 풍채가 몹시나 어울렸던 아주머니의 솜씨였다. 거의 매주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원주상회, 집안 속속히도 잘 알고 지냈던 원주상회 아저씨.
아버지의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요즘에 불현듯 기억난 아저씨 덕에 멀지 않은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왔다. 선명했던 기억은 아예 지워진 것처럼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흐릿하게 있을 듯 없을 듯하기도 하고, 바로 어제 일처럼 또렷하기도 한데 그런 기억들이 조금씩 스러져가는 게 두렵다. 어차피 기억이야 언제고 이렇게 불현듯 찾아올 거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어졌던 기억은 조각이 되어 뇌 속 어둡고 깊은 곳에 묻혔다고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다. 인생이 길어지며 점점 많은 기억들이 누적되겠지만 그만큼 꺼내볼 기억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마저 잊고 살게 되는 것이 안타깝고 아쉽기만 하다.
그런 게 인생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놈의 미련을 내려놓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