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충주 시내가 눈에 들어왔지만 보이는 것과는 달리 한 시간 가량 달려서야 충주 시내 옆 탄금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별하는 사진 몇 장을 남긴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노란 자전거를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란 자전거는커녕 자전거를 탄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충주시 외곽으로 돌아서자 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새 시골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예쁜 카페가 보이긴 했지만 아직 영업을 하지 않아 아쉬웠다. 아직 8시 정도밖에 안 된 시간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별하는 진한 향이 살아있는 따뜻한 원두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강변이라 기온이 낮은 편인 데다 웬일인지 몸에서는 아직 열기가 오르지 않아서 더욱 당겼던 모양이다. 그녀가 달리고 있는 자전거길 옆에는 이름만큼이나 예쁜 달천이라는 하천이 봄기운을 싣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이젠 남한강 상류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향해 달리는 중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충주팔봉서원지라는 곳에 닿을 무렵 부자로 보이는 세 사람이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아빠와 두 아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웬일인지 결혼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동하고 있었다. 딱히 정해진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지하게 사귀어 본 남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죄다 건너뛰고 아이와 함께 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이별하 앞을 지나며 밝게 인사를 건넸다. 흔히 있었던 대로 아빠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누나! 멀리서 봐도 예뻐요."
중학생 정도는 되어 보이는 아이가 크게 소리 질렀다.
"고마워~"
이별하는 아이가 옆을 지날 때 나긋하게 말했다.
"아빠~ 우리 엄마도 저 누나처럼 예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별하 등 뒤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니네 엄마도 옛날에는 예뻤어."
"거짓말. 우리 엄마는 뚱뚱한데요."
"너희들 낳고 그렇게 된 거야. 원래는 날씬했었어."
"그럼 저 누나도 엄마처럼 되는 거예요?"
"저 누나는 엄마처럼 안 됐으면 좋겠다. 너무 예쁜데."
세 사람의 대화는 점점 작게 들려왔다. 이미 멀어져 간 그들의 대화가 궁금했다. 이별하는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자신도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했다. 가수 이별하는 엄마 이별하가 될 수 있을까? 이별하는 광주에 있는 엄마를 떠올렸다. 어찌어찌하여 아빠와 결혼을 하게 된 그 옛날이야기에는 결혼 전 연애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집안 간 내정된 혼사였던 부모님에겐 연애라는 과정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뜨거운 연애를 하고 싶었다. 어쩌면 한세아의 존재가 뜨거울 수 있었던 자신의 로맨스를 그동안 꾹 꾹 눌러놓았던 건지도 모른다. 가수 이별하는 누군가의 애인 이별하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중엔 누군가의 엄마 이별하, 아내 이별하가 되고 싶었다.
팔봉서원지라는 곳 길 건너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듯 보이는 폭포에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앞쪽으론 몽돌이 깔린 넓은 강변이 아름다웠다. 유원지로 조성된 곳이라 그런지 캠핑장도 보였고 여주에서 봤던 것처럼 캠핑용 텐트가 몇 동 설치되어 있었다. 이른 시간이 아닌데 늦은 잠을 자는 건지 텐트 주위엔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별하는 다시 페달을 밟아 자전거길 표식을 찾아 달렸다. 공도인지 자전거도로인지 모를 도로는 달천을 따라 쭉 이어졌다. 한적한 도로 옆엔 갓 시작된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트랙터 몇 대가 쉬지 않고 물이 가득 찬 논을 이리저리 오가는 게 보였다. 가을이 오면 연두색 논은 누렇게 변해 멋진 황금빛 들판으로 변해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