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엔딩 스토리

입맛 다시게 되는 사람

by 김오로라

사람과 이별하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을 때. 밀착된 두 사람은 기꺼이 각자의 세상에서 서로의 눈이 되어준다. 가장 큰 부분을 내어주고 나면 나머지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그런 눈을 가지고 싶을 때마다 재작년에는 사람을 만났고, 작년에는 애인을 만들어 놀았다. 같지 않은 두 사람은 상대의 몸에 사랑을 불어넣는 만큼 상처를 남기고 떠난다. 꿈에서나마 보잘것없어지는 사람이 내게는 있다.


어느 날은 자꾸 어떤 카페에 가고 싶었다. 다음 날도 그랬다. 다른 카페에 가도 헛헛함만 남았고 새침떼기처럼 음료만 홀랑 마시고 나왔다. 특별할 점 없고 좋다기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것에 가까운 수식어를 붙여야 할 그곳. 그곳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소란스레 계 모임을 가지는 아주머니들이 자주 오는 아파트 옆 카페. 당근 마켓 만남 장소 근처 카페.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들렌이 목을 간지럽히고 입가에 묻은 레몬 아이싱을 내 버려둘 수 있다거나, 음악을 들으며 발가락을 현란하게 움직이다 관찰력 좋은 꼬마 숙녀에게 들켜 머쓱해지는 일은 그곳에서만 일어났다.


누구는 첫눈에 반해 사귀었다. 오래된 친구를 잠시 좋아하고 잠시 싫어했다. 두 번째 사람은 첫사랑인 양 연애했다. 겨우 몇 달 사귀었지만 몇 달 동안 울었고 금세 사귄 그와 닮은 사람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헤어졌다. 헌신적이었던 그다음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대 ‘나를 좋아하는 사람’ 중 언제나 전자를 택했던 나를 한 해만에 바꾸어버렸다. 잠깐 좋아했던 사람은 느끼했고, 후회할 일이 아님에도 후회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어딜 봐도 내 취향이라고는 없었다.


기억에 다른 옷을 입혀도 습관은 나를 기억하고, 영화의 주인공은 바뀌어도 대사는 나를 기억한다고 누가 말했다.* 어떤 애랑 헤어지면 세상이 두 쪽 날 것 같은데 다른 애랑 헤어지면 우리가 올바른 수순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내게 잉크나 술이 흐르게 하지 않고는 못 베기겠던 몸이 지나가고, 이것도 남의 시선, 저것도 모방과 선망이라며 벌벌 떨던 마음도 지나가고, 고전을 위해 살던 시기도 지나갔다. 사람들은 당신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이상 가져갔다. 이야기는 줄지 않는다.



* 박소은 - 고전적 조건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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