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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th pole Aug 26. 2020

스파프랑코샹 서킷 한 바퀴

벨기에 그랑프리가 열리는 그 곳 


8월 말쯤에 F1 벨기에 그랑프리가 자리잡은 그 언젠가부터, 이맘때가 되면 좋아하는 서킷을 떠올립니다. 스파-프랑코샹 서킷. 기니까 흔히들 뒤는 뚝 잘라서 '스파'라고 부르는 그 곳. 벨기에와 독일 사이 아르덴 숲 속 한가운데쯤, 그야말로 인 더 미들 오브 노웨어라 할 만큼 가기 애매한 곳이기도 하죠. 그래도 언젠가는 꼭 가 볼 거야! 라는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긴 게 2016년 여름이었으니 시간 참 빠릅니다. 일 때문에 시간 내기가 빠듯해서 그야말로 그랑프리 체크만 하고 돌아오다시피한 일정이었는데도, 그 떄 가 보길 참 잘 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아마도 탈것경주 팬의 마음 때문이겠죠. 


F1 기준으로 벨기에 그랑프리 레이스는 겨우 44바퀴, 그만큼 한 바퀴가 다른 곳보다 긴 편이에요. 스파 서킷은 고저차도 심한 편이고, 고속 코너가 대부분이기도 해서 - 풀 스로틀로 달리게 되는 구간이 전체의 70%라나 뭐라나 -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첫 코너를 기준으로 짧은 내리막 - 급격한 오르막 켜브 - 언덕길 꼭대기부터 이어지는 긴 직선주로 - 빡센 헤어핀 - 내리막을 따라 이어지는 고속 코너 - 마무리로 갈수록 살짝 오르막 - 빡센 시케인, 대략 이런 구성이라 퀄리파잉 랩을 온보드로 보면, 살짝 과장해 롤러코스터같은 재미도 있지요. 


라 수르스 쪽 입구 부근입니다. 날씨 진짜 아무튼 중간이 없음. 제가 겪어 봄. 폭우만 빼고.


무엇보다 스파 서킷은 한 바퀴가 워낙 길다 보니까(7km쯤 될 걸요, 좀 넘던가) 여러가지 지리적 영향이 겹쳐 한쪽엔 비가 오는데 다른 쪽은 쨍쨍하고 저긴 바람이 부는 등 복잡한 트랙 컨디션이 얼마든지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타이어 선택을 비롯해 피트 스톱까지 여러 가지로 까다롭고, 그래서인지 보기에도 재미있어요. 



추억을 되짚어 텍스트로 한 바퀴 돌아볼까요.

사진 속 지도 왼쪽 아래 뾰족한 자리가 라 수르스, 오른쪽 위가 레 콩브 방향입니다. 찍은 자리는 오 루즈 가기 조금 전.


비교적 짧은 메인 스트레이트를 지나 마주하는 첫 코너는 그 이름도 악명이 자자한 턴1 라 수르스(aka 라 소스). 드넓은 런오프가 증명하듯 사고다발지점입니다. 여길 무사히 통과한다면 턴2-3 오 루즈/래디옹 구간. 아마도 에프원에서 가장 유명한 코너 중 하나일 거예요. 저도 굳이 여길 고집해 가서 보았습니다. 명불허전! :)  

래디옹에서 바라보는 라 수르스 방향. 사진 우측 상단, 잘 보이지 않는 저-끝쪽이 라 수르스입니다.
Eau Rouge/Raidillon. 멋진 언덕길.

급격한 오르막길의 혼합 커브를 단숨에 달려올라가면 곧바로 이어지는 케멜 스트레이트. 1km 가까운 직선 구간으로, 살짝 오르막입니다. 케멜 스트레이트 끝에는 정확한 브레이크를 요구하는 턴5 "레 콩브"와 턴7 "말메디"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참 많은 드라이버들이 퇴근하고는 합니다. :Q


말메디를 지나면 이제부턴 내리막! 턴8 "리바주"를 꺾어 내려가면 만나는 턴10 "푸옹" 이 또 재미있는 포인트. 이제부터는 쭉 밟으며 내려가게 됩니다. 턴13 "파녜"나 턴15 "폴 프레르"가 덜 유명한 건, 이제부터 다시 오르막으로 바뀌는 트랙의 저 앞에 턴17 "블랑시몽"이 있기 때문이겠죠. 좌측으로 큰 호를 그리며 올라가면 냅다 박혀 있는 턴18/19 "버스 스톱" 시케인, 여기까지 클리어하면 스파 한 바퀴. 

메인 끝쪽에서 바라본 "Bus Stop" 부근.
피니시 라인과 포디움. 음, 옛 버전 로고가 보이는군요.


전반적으로 기억에 의존해 두드린 서킷 한 바퀴였습니다. 코너 이름들은 순서대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번호는 헷갈려서 호다닥 구글해 보고 온 건 안 비밀. :) 뭐 어때요, 중계 보다 보면 이름쯤은 금방 눈과 귀에 익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잊어버리면 언제든 다시 찾아보면 되니까요. 꼭 구글해보시고, 실제 서킷 레이아웃을 대략이라도 머릿속에 기억해두신 다음 레이스를 보시면 좋겠어요. 그럴 만한 서킷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주말도 재미있기를 기대합시다!




* 케멜 스트레이트 이후의 사진이 없는 건 제가 그 쪽까지 걸어갔다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레이스 끝나고 한 바퀴 걸으면서 찍어 두려고 했는데, 케멜 스트레이트 입구에서 출입을 막더라고요. 다음엔 저쪽으로도 갔다 와야겠어요.

*사진들은 모두 2016년 벨기에 그랑프리 관람 당시 직접 찍은 것들입니다. 다른 사이트로의 이동이나 제 허락 없는 사용은 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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