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시아버지

by 북쪽하늘의 별자리

시아버지는 내가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부터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유는 '영계'가 아니라서.


나는 남편과 동갑이다.

그리고 남편의 누나(그러니까 시누)와 남편의 매형도 동갑이다.


시아버지는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남편을 발로 차며 '너는 능력이 없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영계를 데려왔는데!!!'라고 말했다.


나는 어차피 우리 집 안에서조차 숨어 지내야 했고 방치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까짓 말쯤은 별거 아니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방어기제였을까, 아니면 내가 날 지키지 못한 것이었을까.


그런 말을 듣고도 별 소리하지 않고 결혼을 한 게 문제였을까.


시아버지의 무시도 시어머니의 막말도 남편의 혼수 어쩌고 하는 가스라이팅도

애초에 저 시작이 잘못되어서 연달아 일어나게 된 건 아닐까.


시아버지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원래 여자는 곰보다 여우여야 하는데 너는 곰이라고 하는 말이라던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듣는 아파트 외부에서

'아빠 없이 컸다고 해서 내가 잘해주려고 했는데!!!'라는 말이라든가.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왜?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 번은 남편도 나도 전화를 못 받은 적이 있었는데

남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만

'시아버지 전화 안 받는 며느리 없던데 이혼해라!'라고 큰 소리를 쳤다.

이혼이 장난인가? 아니면 이혼하라고 하면 내가 겁먹을 줄 알고 하는 소린가?


다시 되돌아보니 이 집에서 내가 친정이 없다고 아주 만만하게 본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친정이 없다고 해서 누구 집에 하녀로 들어온 것이 아닌데

참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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