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는 내가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부터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유는 '영계'가 아니라서.
나는 남편과 동갑이다.
그리고 남편의 누나(그러니까 시누)와 남편의 매형도 동갑이다.
시아버지는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남편을 발로 차며 '너는 능력이 없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영계를 데려왔는데!!!'라고 말했다.
나는 어차피 우리 집 안에서조차 숨어 지내야 했고 방치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까짓 말쯤은 별거 아니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방어기제였을까, 아니면 내가 날 지키지 못한 것이었을까.
그런 말을 듣고도 별 소리하지 않고 결혼을 한 게 문제였을까.
시아버지의 무시도 시어머니의 막말도 남편의 혼수 어쩌고 하는 가스라이팅도
애초에 저 시작이 잘못되어서 연달아 일어나게 된 건 아닐까.
시아버지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원래 여자는 곰보다 여우여야 하는데 너는 곰이라고 하는 말이라던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듣는 아파트 외부에서
'아빠 없이 컸다고 해서 내가 잘해주려고 했는데!!!'라는 말이라든가.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왜?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 번은 남편도 나도 전화를 못 받은 적이 있었는데
남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만
'시아버지 전화 안 받는 며느리 없던데 이혼해라!'라고 큰 소리를 쳤다.
이혼이 장난인가? 아니면 이혼하라고 하면 내가 겁먹을 줄 알고 하는 소린가?
다시 되돌아보니 이 집에서 내가 친정이 없다고 아주 만만하게 본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친정이 없다고 해서 누구 집에 하녀로 들어온 것이 아닌데
참 어리둥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