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남편

by 북쪽하늘의 별자리

남편은 억압적이었다. 항상 통제하려고 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항상 무언가를 검사하러 온 것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집안을 살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을 때면 비난과 꾸지람을 해댔다.


그리고 나는 소박맞아야 한다는 말을 꾸준히 해댔다.

그 이유는 혼수를 제대로 해오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나 억울했나 보다.

내가 혼수를 많이 해오지 않은 건 사실이어도 그렇게 따지면 본인은 뭘 해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자만 혼수를 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따지면 남자가 집을 해와야 하는 건데???


그리고 항상 내가 무얼 하든 태클을 걸었다.

내가 운동을 하려고 하면 비웃고 내가 뭔가 해본다고 하면 잘 안될 상황부터 생각해서

미리 나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히 집안일을 해보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면 코웃음을 치면서

그거 그렇게 하는 건 좋은데~ 뭐 어쩌고 하면서 비난할 말들을 찾아냈다.


나는 항상 나에게 겁을 주기 위해 몸집을 부풀리고 나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며

항상 나의 노력은 무시하고 어떤 점에서든 비난할 준비가 되어있는 남편이 점차 두려워졌고

무기력해졌다.


점차 말도 없어지고 생기도 없어지고 우울해져만 갔다.

내가 무기력해지고 생기 없어지고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 또 남편의 심기를 건드려서

넌 왜 항상 무기력하냐고 하면서 비꼬고 큰소리치는 남편의 모습이 생겨났다.


이 집에서 남편과 같이 살다가는 정말 죽을병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 이대로라면 정말 미쳐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갔고, 매일을 눈물바다에서 지내며 나를 잃어갔다.

나는 나인가, 남편의 하인인가, 나는 여기서 왜 이렇게 무시당하며 비난만 받으며 어떠한 정서적 지지도 가족으로서 받지 못하는 채 경멸의 눈빛만을 받으며 꾸지람만 들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나는 없었다. 엄마로서의 나도 존중받지 못했고, 아내로서도 비난만 잔뜩 받았다.

어쩌면 남편은 나를 그렇게 무시하고 비난하고 모욕하면서 자신의 권위를 확인받으려 했던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본인이 더 잘난 게 되는 건가?

가족이라는 것은 동행하는 것인데, 왜 나를 경쟁자라고 생각하며 나를 하대하고 항상 나를 평가하려고 든 걸까.


나는 그 집을 벗어나기로, 그리고 나를 되찾기로, 나를 늘 괴롭게만 하고 늘 힘들게만 하고 늘 내가 내 스스로 못났다고 느끼게만 만드는 남편과 거리를 둬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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