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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유치원, 하루 15분의 비밀

by 김노하 Norway


나는 노르웨이에서 두 아이를 출산했고, 지난 12년간 한국과 노르웨이를 오가면서 육아를 해왔다. 그래서 한국에서만 육아를 한 엄마들과 대화를 하면 내 시각이 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재미있는 것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면 통하지 않는 면이 있는데, 손주가 있거나 교직에 계시다가 퇴직하신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내 생각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친구들이나 나보다 어린 엄마들은 지금 내 아이를 키우기 급급한 나머지 '지금 뭔가를 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걸 안 하면 뒤처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을 내는 반면, 어른들은 그런 시기를 지나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일요일 아침, 아이들과 맥도널드에 갔다. 맥모닝을 먹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30분 정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그림 그릴 것을 챙겼고 나는 책을 챙겼다. 내가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 있는 동안 수다를 떨며 웃던 딸들이 그대로 얼음이 되고 말았다. 유치원생처럼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온 엄마가 큰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걸 왜 이해를 못 해?! 그렇게 푸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수학 문제집을 보고 있었고, 엄마는 주변의 시선을 잊은 듯했다. '여기에 데리고 와서 수학 문제를 풀게 해야 했을까? 일요일 아침인데.' 라는 생각이 스쳤다.


한 교육 전문가가 말했다. 한국의 사교육은 엄마들의 불안감을 이용한다고. 다들 하니까 내 아이도 이것 정도는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문제는 이것 정도가 너무 많다. 국어, 영어, 수학, 예능, 체능 등등.


지구 반대편 노르웨이에 사는 나는 좀 반대의 고민을 하며 산다. 아이들이 너무 노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예전에는 뭐라도 시켜보려고 한국에서 영어 그림책이나 논술 문제집 같은 것을 사서 왔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마음을 비웠다. 학교 공부 외에 뭔가 학습을 더 시키는 분위기가 아니다보니 집에서 부모의 주도로 추가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학원 같은- 인프라 자체도 없다. 그래서 이제는 세대 건너 손주 보듯 바라보듯 느긋하게 아이들을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어제 다 같이 오슬로 시내에서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한국은 만화도 학습 만화를 읽고, 퍼즐 같은 걸 해도 집중력 향상 퍼즐, 그림을 그려도 창의력 향상 그림 그리기. 그런 걸 하잖아. 노는 것도 다 공부랑 연결되게 해 놨어. 그건 노는 게 아니지 않아?"

"그럼 노르웨이는 어떤데?"

"공부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놀지!"

옆에서 운전하던 남편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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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노르웨이 거주 중, 국어 교육 및 한국어 교육 전공, 글작가를 돕는 작가 크리에이터 / 종이책 <노르웨이 엄마의 힘>, 전자책 <전자책 글쓰기 셀프코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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