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초등학교 아이들,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다.

by 김노하 Norway


오후 4시만 되어도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는 노르웨이의 11월이다. 그러나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 운동장만큼은 묵직한 어둠이 감히 침범하지 못할 만큼, 따스한 열기와 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오늘은 아이들 일 년 동안 기다린 ‘율레마켓(Julemarked,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날이다. 운동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장작 타는 냄새와 고소한 팝콘 향기, 그리고 서툰 솜씨지만 힘차게 울려 퍼지는 학교 밴드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렸다. 영하의 추운 날씨,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두꺼운 패딩 점퍼와 털모자로 무장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학교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것은 다름 아닌 이 학교의 학생들, 오늘의 ‘꼬마 사장님’들이다.




숲에서 주운 나뭇가지가 ‘상품’이 되기까지

천막 아래 마련된 가판대에는 아이들이 야무지게 놀린 손끝으로 빚어낸 물건들이 빼곡했다. 가장 먼저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울퉁불퉁한 나뭇가지를 세모 모양으로 엮고, 그 위에 빨강, 하양, 검정 털실을 칭칭 감아 만든 ‘별 오너먼트’였다.


“이거 우리가 숲체험 시간에 직접 주워 온 나뭇가지예요! 털실 색깔도 우리가 골랐어요.”


판매대에 서 있는 아이가 자랑스레 외쳤다.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아 껍질이 그대로 살아있는 나무의 거친 질감이 털실의 포근함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옆에는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직접 그린 라벨이 붙은 붉은색 잼 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딸기잼과 사과잼인데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한국의 학교 장터나 바자회를 떠올려 보면 보통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벼룩시장 형태로 열거나, 학부모회가 주축이 되어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풍경이 익숙하다. 하지만 이곳 노르웨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아이들의 생산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숲으로 나가 재료를 구하고(자연 탐구), 털실을 감으며 소근육을 쓰고(미술/노작), 어떤 디자인이 잘 팔릴지 토의한다(사회). 이 거친 나뭇가지 별 하나에는 교과서 몇 페이지보다 더 값진 ‘배움의 과정’이 촘촘히 엮여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물건의 가치를 창출해 보는 경험, 이것은 책상 위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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