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2차 지필 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네. 한 학기가 금방이다. 결과를 걱정하기보다는 주어진 시간 내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해보는 거야. 알았지?
오늘은 노르웨이 여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어떤 사람들은 노르웨이에도 여름이 있냐는 질문을 하기도 해. 노르웨이에도 물론 사계절이 있지. 예전에 노르웨이어를 배우러 학원에 다녔을 때 말이야. 책에서 노르웨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더라. 그런데 실제로 선생님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노르웨이의 겨울과 봄은 한 세트로 겨울 같고, 여름은 ‘찰나’의 시간으로 지나가 버리는 것 같고, 해가 귀한 가을은 시간이 느리게만 흘러서 여름을 훔쳐간 도둑처럼 밉게 느껴져.
노르웨이 여름의 이름은 '찰나'야.
도대체 눈은 언제 녹는 거냐고 투덜거렸는데 봄이 슬쩍 지나가고 드디어 여름이, 여름이! 왔어. 노르웨이 사람들이 모두 기다렸던 그 계절, 여름이야. 긴 겨울을 견뎌 내고 찾아온 여름날은 하루하루가 소중해. 너무 빨리 좋은 날씨들이 지나가 버리거든. 언제 비가 내리고 추워질지 몰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밝아졌어. 수줍기만 한 노르웨이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진해지고 목소리도 더 커졌어. 두꺼운 옷을 벗고 어깨를 드러내서 그런지 키도 다들 커진 것 같고 말이야.
대신 거리는 좁아졌어. 겨울 내내 쌓였던 눈이 녹고 한쪽 벽면에 접혀있던 테라스 테이블들이 기지개를 켜고 나와서 길의 절반을 차지했어. 저녁이면 어둡고 조용했는데 여름의 거리엔 음악과 웃음이 넘실거려.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여름의 맛을 즐기고 있는데, 그 사람들의 대화 속에 함께 끼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곤 해. 무슨 이야기를 그리 즐겁게 하는 걸까?
오랜만에 오슬로 거리를 걸으면서 싱그러운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보고, 그 아래 활기 있는 사람들을 눈에 담아봤어. 그 모습을 보는 자체로도 내 몸에 비타민이 충전되는 것 같더라.
노르웨이 여름은 특별하고 아름다워.
태양이 24시간 동안 떠 있는 백야를 상상해 볼래? 10여 년을 경험했는데도 깊은 어둠이 오지 않는 노르웨이의 백야가 아직도 신기해. 해변에 앉아서 넘어가는 해가 다시 떠오르는 것을 바라본 적도 있어. 어두워지지 않는 밤이라니. 자고로 밤이라 함은 '해가 져서 어두워진 때부터 다음 날 해가 떠서 밝아지기 전까지의 동안'을 말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잖아. 노르웨이의 밤의 정의는 아마도 모두가 동의할 법한 늦은 시간을 기준으로 재정의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늦은 밤, 달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북유럽 여름의 해를
너희에게도 선물하고 싶어."
단어의 정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우리가 느끼는 계절에 대한 경험은 다를 수 있지만 '해'는 늘 그 자리에 있어. 그리고 그 해는 너희를 늘 지켜보고 있을 거야. 힘을 내라고 말이야. 너희가 볼 해를 선생님은 7시간 후에 바라보고 있을게.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한다!
진짜 마지막 같을 3학년 1학기 2차 지필 고사 준비 잘하길. 힘내렴.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