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한국은 날씨가 덥지?
노르웨이는 아침, 저녁으로 춥고, 낮에는 햇살이 뜨거워. 그런데 다음 주엔 30도까지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 드디어 반팔을 꺼내 입을 수 있을 거 같아. 아마 10년 전쯤일 거야. 비행기를 타고 처음으로 노르웨이에 왔을 때가 딱 5월이었거든. 그런데 노르웨이 사람들의 옷차림이 반팔부터 패딩까지 다양하더라고. 참 이상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지내보니까 해가 있는 낮이랑 해가 진 후 온도차가 너무 많이 나서 5월부터 얇은 패딩이 필요하긴 하더라.
여행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니?
살면 살 수록 나도 모르게 먹는 것도, 생각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 선생님과 남편은 처음 노르웨이에 왔을 때, 삼시 세끼 모두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옛날 사람) 그런데 지금은 허기만 채울 수 있는 모든 것이 끼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끼니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지.
노르웨이는 말이야. 다 할 수 없기도 하고, 다 할 수 있기도 한 나라야.
노르웨이에서 처음 세탁기를 샀을 때가 기억나. 세탁기가 워낙 무겁고 크니까 배송을 요청했는데 배송비를 따로 청구하더라. 배송 기간도 꽤 걸린 거로 기억하는데 배송받기로 한 날 대충의 시간대를 알려주고는 언제 연락이 갈지는 모른다는 거야. 기다리고 기다리다 배송 기사가 온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1층 테라스에 세탁기를 내려놓고 당당하게 가버리더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 알고 보니 집까지 배송하는 걸로 신청한 거였어.
옵션 1. 집 앞 배송
옵션 2. 집 안 배송
옵션 3. 세탁기 설치하는 것까지 포함
1, 2, 3 옵션에 따라 배송 금액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 그 일을 겪은 후로 노르웨이에서는 세탁기 설치, 식기 세척기 설치, 싱크대 설치 등등 이런 것쯤은 셀프로 할 수 있다는 걸을 알게 됐어. 노르웨이는 인건비가 정말 비싸거든.
선생님 가족도 웬만하면 직접 모든 걸 다 해결하는데 이번엔 정말 큰 일을 시작했어. 바로 셀프 레노베이션!
Self-renovation
세상에 얼마나 많은 색이 있는지 아니?
안방의 벽이 원래는 진한 회색이었는데 이번에 밝게 바꾸려고 해. 그런데 페인트 색을 고르기가 너무 힘든 거야. 흰색도 다 같은 흰색이 아니었어. 파란빛이 나는 흰색, 분홍빛이 나는 흰색, 모래 색이 섞인 흰색, 진주 빛이 섞인 흰색 등등. 어떤 흰색인지에 따라서 어울리는 계열의 다른 색깔들이 또 있기 때문에 처음 기본이 되는 페인트 색을 고를 때, 다른 가구나 포인트가 될 만한 장식품의 색 계열도 생각을 해야 해.
선생님이 고른 흰색은 SANS라는 색인데 모래 빛, 약간의 베이지가 섞인 흰색이야. 너무 쨍하게 밝지 않아서 안정감을 주면서도 따뜻한 우드 계열과 어울리는 색을 골랐어. 매장에서 페인트를 사 왔고, 요즘 열심히 페인트 칠을 하는 중이야.
한국에서 '퍼스널 컬러 찾기'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어. 자신의 피부 톤에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아서 옷을 입거나 액세서리를 고르는 거야. 그런데 사실 퍼스널 컬러라는 말은 콩글리시고 Color analysis나 Undertone이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라고 해. 그리고 퍼스널 컬러 테스트를 꼭 해야 하거나 거기서 나온 결과를 맹신할 필요는 없어. 이 테스트는 언제, 누가 진단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고, 또 나 자신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거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나의 기준, 나의 생각이야.
얘들아,
너희는 어떤 색을 좋아하니?
너희의 색은 어떤 색이니?
자신만의 색을 용기 있게 가지면 좋겠어.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너의 색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아가길 바라. 물론 빛과 바람과 변덕스러운 기온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너희의 색은 바뀔 거야. 그럼 또 그때, 너 자신의 색을 스스로 바라보고 너만이 가진 색을 사랑하길 바라.
분명한 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너와 같은 색을 가진 사람은 없어. 너에게 어울리는 색은 바로 '너의 색'이야. 너는 '유일무이'하단다!
6월도 힘내렴.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