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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Apr 09. 2023

덴마크에서 쓴 편지-아무 것도 말하지 않을 거야

안녕, 얘들아??


일주일 잘 보냈어!? 한국은 벌써 따뜻해져서 꽃들이 많이 피었더라. 봄 나들이를 많이 가던데, 너희도 봄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하니? 10대 끄트머리에 보내는 봄은 어떤지 궁금하구나. 

노르웨이는 지금 부활절 연휴 기간이야. 유럽의 많은 나라가 부활절과 크리스마스에 긴 연휴를 보내. 크리스마스가 제일 큰 명절이라면 부활절은 두 번째로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지. 부활절은 겨울과 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해. 노르웨이 사람들은 보통 부활절 연휴 기간에 마지막으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거나, 따뜻한 지중해 나라로 가서 봄을 즐겨.


올해 부활절 휴일은 목, 금, 월요일이거든. 황금연휴지!? 그런데 연휴 앞뒤로 많은 학교가 짧은 방학을 하거든. 재량 휴업일 같은 거야. 월화수, 3일간 학교가 쉬기 때문에 이번에 즐길 수 있는 부활절 연휴가 무려 11일이야. 선생님은 이곳에 다른 가족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과 꽤 긴 연휴를 집에서만 보낼 수 없어서 일주일간의 덴마크 여행을 계획했어. 비행기가 아닌 카페리호와 자동차로 덴마크와 스웨덴 국경을 통과하는 여정이야.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이곳은 덴마크 코펜하겐. 


오늘은 5년 전쯤 다녀왔던 코펜하겐의 Nyhavn뉘하븐에 다시 다녀왔어. 뉘하븐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 중 한 곳이야. 17세기 항구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 색색의 건물들이 붙어있는 풍경이 인상적이지. 이 편지의 말미에 사진을 보여줄게. 지금은 그냥 상상해 봐.


많은 상인들과 어부들이 바쁘게 오고 갔던 그 길에는 이제 레스토랑의 테이블과 의자가 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오래된 유럽 건물들 앞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테이블과 의자, 파라솔. 그 곳에 앉아 있으면 영화 속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아.  


북유럽에 처음 왔을 때, 레스토랑 밖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분위기 있어 보였어. 햇빛이 나는 날에는 기온과 상관없이 레스토랑 실내보다 실외 공간에 사람들이 훨씬 많아. 여기 사람들에게는 태양이 너무 소중한 존재거든. 태양을 피하고 싶은 한국 사람들과는 좀 다르지?


하늘의 구름,

스치는 바람,

따뜻한 햇빛.

그리고 맛있는 음식.


그들이 즐기려는 건 미각만이 아니라 오감이 아닌가 싶어.



 상상할 수 있니?

육지로 깊게 들어온 항구 양쪽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자기만의 색을 띠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

멀리서 보면
12색 크레용이 서 있는 거 같아.


뉘하븐,코펜하겐



오늘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을 거야. 그냥 햇살이, 바람이, 구름이 좋다고 말해 주고 싶어. 한 주 동안 고생했어. 너희는 햇살이고, 바람이고 구름이야.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잊지 말고, 너희 자신을 사랑하렴.

또 편지 쓸게.  


- 오늘은 노르웨이 아니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보냄

p.s. 음악 선생님이 칭찬하시던 우리 반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못 들은 것이 갑자기 너무 아쉽다. 요즘 선생님은 도쿄대 공대를 나온 피아노를 참 잘 치는 청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자주 듣고 있어. 이름은 스미노 하야토. 궁금하면 너희도 영상을 찾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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