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일주일 잘 지냈어? 지금 노르웨이는 일요일 밤 9시네. 한국은 새벽 4시. 한국이 노르웨이보다 7시간 빨라. 해외에 살다 보면 시차로 인한 즐거움과 어려움이 공존해. 친구와 가족들에게 마음껏 연락할 수 없을 때는 무한하게 외롭지만 한국과 다른 시간에 살기 때문에 나와 가족의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기도 해.
요즘 중간고사를 앞두고 마음이 바쁠 것 같아서, 편지를 쓸까 말까 고민했어. 하지만 '이 편지가 누군가에게는 짧은 휴식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쓰기로 결심했어.
선생님은 일주일 동안 정말 바쁘게 지냈어. 온라인으로 강의도 듣고, 스터디도 하고, 독서 모임에도 참석했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이긴 한데 시간을 쪼개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아. 그래서 선생님도 그분들을 보면서 여기서 열심히 무언가를 계속하면서 지내고 있어.
선생님이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성향이 비슷해. 자기가 하고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외에 무엇인가를 더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야. 하고잡이 자기 계발러들?? 새벽 기상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새벽 기상한 증거 사진을 올리고,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같이 운동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
성향이 비슷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은 만나는 건 참 좋아. 너희도 그렇지? 신기한 건 온라인 모임에서 나이는 별로 크게 중요하지 않아. 나이도 개인사도 굳이 묻지 않는데 말이 잘 통해. 서양 문화가 꼭 그렇잖아.
노르웨이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나이를 물어보는 일은 거의 없고, 대신 직업을 많이 물어봐. 노르웨이에서는 직업이 없는 사람이 드물어서 여기서 선생님은 직업이 '작가'라고 이야기를 해. '브런치 작가?!'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말해 준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노르웨이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직업(일)라고 생각해. 그래서 학생들도 정해진 근로 시간 - 학업 시간 외에 공부를 더 하게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어.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학생도 직업일까?
선생님은 학생도 직업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처럼 학생들도 정해진 시간 동안은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할 필요가 있어. 공부만 하라는 의미는 아니야. 교과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명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태도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자신만의 지혜도 익혀야 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해야 해. 그래야 사회에 나와서 겪을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어.
물론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도 있어. 그래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필요 없지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 지금 너희 중 누군가는 분명 이런 상황일 거야.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아니지만 등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지식은 아니지만 등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
좋아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지만 성적 때문에 억지로 할 수밖에 없다면?
묻지 마. 그냥 하는 거야!
위로를 하자면 노력한 것이 100%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는 없어. 그림자라도 남을 거고, 그것이 어느 순간 너희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서 너희의 앞날을 도와주게 될지 몰라. 그러니 그냥 해! 쓸모없는 노력은 없어!
오늘은 '검열관 이야기'를 짧게 하고 편지를 마무리할게.
요즘 선생님이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우울할 때,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카메론)'라는 책을 펼쳐서 읽고 있어. 선생님은 꽤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사람이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다시 좋아지더라.
자유로운 인생의 길 위에서 방랑하는 아티스트들을 위해서 책에 나온 이야기를 조금 해줄게. (여기서 아티스트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엇이 될까 말까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을 말해.)
"저는 아티스트가 될 만한 자질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아의 힘이 필요해.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주변 사람은 이런 치명적인 질문을 할 거야.
물론 풋내기 아티스트는 '알지' 못해. 이런저런 꿈과 느낌, 충동, 욕망이 있을 뿐, 어떤 증거도 없기 때문이야.
시작을 해 보지도 않고 또는 초기 작업물을 가지고 아티스트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야. 내면의 자기 검열관이 해대는 엄청난 부정적인 메시지에도 귀 기울이지 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부정적인 말들은 다 내면의 못되고 비열한 검열관이 하는 짓이야.
부정적인 자신과의 대화에서 딱 1분만 억지로라도 자기 긍정의 메시지를 마구 던져봐. 분명 안정감과 희망이 느껴질 거야.
오늘도 응원한다!! 중간고사도 파이팅!!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