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시험 끝난 걸 축하해!!!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아이들 몇몇이 모여서 밥 먹기로 했다더니, 아직 소식이 없네. 오늘은 당당하게 놀 수 있으니까, 다들 자유를 만끽하고 있겠지?
오늘은 금요일!!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지만 아이들 아침밥 챙겨주고, 도시락도 싸서 학교를 무사히 보냈어. (남편은? 남편은 알아서 출근을 잘해. 다 컸으니까. ㅋ) 노르웨이에는 학교 급식이 없어서 아침마다 도시락을 두 개 싸야 하는데, 다행히 빵에 과일이나 채소 몇 조각이면 되니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
선생님의 라떼는 물론 학교 급식이 있긴 했지만, 몇 해는 도시락을 싸서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나. 점심시간만큼은 책상 위에 쌓여있던 책을 바닥에 다 내려놓고, 켜켜이 쌓여 있던 3단 도시락을 해체해서 공격적으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
그거 아니? 점심 도시락이 있다는 건 배고플 때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너무 배가 고팠던 여중생 중 몇몇은 항상 3교시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꺼내서 먹었어. 4교시 샘들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부터 음식 냄새가 난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으셨어.
아마 선생님도 진짜 배가 고프셨을 거야.
샘은 아침 운동을 하고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았어. 치즈를 얹은 빵 한 조각하고 과일이나 야채 조금, 샘이 너무 사랑하는 달걀 프라이 하나. 그리고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이 선생님의 아침 식사야. 이 아침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오늘도 유튜브를 보면서 열심히 운동을 했어.
선생님의 '생애 첫 다이어트' 이야기를 했었나?
언제? 2년 전
어디서? 노르웨이 집에서
누구와? 홀로
무엇을? 생애 첫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어떻게?
아침 공복에 한다.
유튜브 홈트 영상을 열심히 따라 한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 1시간 이상)
꾸준히 한다.
"식단은 필수로 해야 돼!" (트레이너급 몸을 가진 샘 동생이 툭 던진 한 문장)
단짠 & 매운 음식 마니아이자 밥심으로 평생을 살았던 선생님이 먹는 걸 줄이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운동을 시작했던 초반에는 매일 체중을 쟀는데, '빠졌나? 빠진 건가? 왜 안 빠지지?' 매일 체중계 숫자를 보니까 조바심이 나더라. 그래서 그냥 몸무게를 재지 않기로 했어.
그냥 하자. 살은 안 빠져도 건강은 해지겠지 뭐.
5개월 차가 되니까 그때서야 체중이 쭉쭉 빠지더라. 아마 매일 CHECK, CHECK 했다면 힘들어서 못했을 거야. 옆에서 간섭하거나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또 못했을 거 같아. 그냥 했어.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누가 확인하지도 않았지만 했어.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결과가 어찌 되었든 노력했고, 스스로 만족했어.
너희도 시험 결과가 어찌 되었든 노력했다면 최선을 다 했다면 스스로를 칭찬해 주렴. 시험 치느라 수고했어. 이번 주말에는 오롯한 빈둥거림을 권할게.
빈둥거림
: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자꾸 게으름을 피우며 놀기만 하다.
핸드폰도 내려놓고, 음악도 듣지 말고 진짜 세상 최강 나무늘보처럼 '나'하고만 빈둥거려 봐.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게 좋아. 선생님은 노르웨이 집 거실에서 혼자 음악이나 강의를 틀어두고 지내는데, 앞으로는 오롯한 빈둥거림을 취미로 삼아 보려고.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온전한 나와 마주해 보는 것. 나와 놀아보는 것. 나에게 말을 걸어 보는 것. 하루 딱 10분만 진짜 게으르게 놀아보려고 해. 빈둥거려 볼 거야.
공부에서 당당히 자유로운 주말을 보내렴.
- 봄이 오려다 말고 추운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