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잘 지내고 있어?
드디어 졸업 앨범 찍었더라. 너희가 보내준 사진도 봤고, 다른 샘들이 보내준 사진도 봤어. 오후에 내릴 비를 피해서 아침에 후다닥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300명이라는 학생들이 다 모여서 졸업앨범을 찍는 모습은 아마 노르웨이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장면일 거 같아. 노르웨이 학교는 한 학년에 300명일 수가 절~대 없거든. 진짜 큰 학교여도 한 학년이 70~80명쯤?
아주 말끔하게 차려입은 너희들의 정갈한 모습을 보니 멋지더라. 부끄럽게 미소 짓는 너희의 표정이 며칠 동안 선생님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 학창 시절의 마지막 졸업 앨범을 찍은 너희의 특별한 하루를 꼭 기억하길 바랄게.
노르웨이는 아직 0도에서 10도 사이를 오가는 추위가 남아있어. 벚꽃도 피려다가 잎을 틔우는 바람에 벚꽃 사진도 못 찍었네. 작년에도 선생님은 벚꽃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우리 반 단체 벚꽃 사진을
못 찍은 건 정말 아쉬웠어.
하지만 너희가 찍어서 보내주었던
단체 사진은 소중하게 간직할게.
작년에 우리 같이 테니스도 쳤었잖아. 너희들이 테니스를 칠 때 더 자주 끼어들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는 않더라. 샘이 제대로 공을 못 넘겨서 너희들이 가르쳐 줬었는데 기억나? 샘이 아니라 친구였음 그 순간 시원하게 욕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꾹 참고 공 넘기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친절함을 보여준 안이도 샘이랑 함께 테니스를 쳐준 다른 아이들도 다들 고마웠어.
사실, 선생님은 평생 공에 대한 좌절감을 블록처럼 쌓아 왔어. 발야구도, 피구도(여자 학교에서는 주로 발야구나 피구를 많이 했음). 샘이 던지거나 차면 진짜 땅~에 콕이야.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던져 주시는 '공'이 그렇게 밉더라고. 공에 대한 감각이 있는 아이들이 진짜 부러워.
잘하고 싶은 마음이랑
잘하는 거랑은 정말 차이 크잖아.
체육 시간에 발야구 팀 경기를 할 때, 다른 친구들 앞에서 공을 차는 건 엄청난 부담이었어. 잘하고 싶지만 못 할 걸 뻔히 아니까. 그런데 그때는 "난 못하는데."라는 생각만 계속하고 "그럼 공을 가지고 연습을 좀 해볼까."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거겠지?
선생님은 요즘 공에 대한 좌절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잘 하고 싶거든. 여전히 선생님의 테니스 실력은 아직 비기너이지만 실패에 익숙해지고 있고, 또 담담해지고 있어.
매일매일 서브에 실패하고,
토스에 실패해도
이 작은 실패는 '진짜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도전'이라고 생각해.
다음에 언젠가는 선생님이 꽤 공을 잘 다룬다는 소식을 전해 줄게.
우리 그때 다시 테니스 라켓을 들고 만나자! 열심히 연습할 거야!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