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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박 Oct 25. 2021

웃고 싶을 땐 프라나 카페 2

/ 프리마켓의 마녀, 오메가, 외계인




 프라나 카페는 두 개의 큰방을 개조했고, 거실로 추정되는 듯한 이 집의 거실 창문에선 아렌달 이 도시의 낭만이 보인다. 이 도시는 백 년 이백 년 된 집들의 고전미와 항구에서 달콤하게 불어오는 바람, 로데오 거리의 세련미가 나름 잘 어울려 이국적이다. 카페 입구로 들어서면 벽에 붙은 전단지가 있다.

Take some love


그 밑으로 문어발처럼 전화번호가 붙어야 할 할 자리에  love란 말이 적혀있다. 나도 여러 개 뗐다. 사랑이라. 


어딜 가나 진상이 있다.

그날의 진상 손님은 얼굴도 지루하게 생긴 여자. 목걸이, 귀걸이 하나하나 다 해보고, 가격 다 깎아놓고, 점심 카페 한쪽서 느긋이 다 드시고, 다시 와서 또 지문 다 묻히고, 결국 안사고 가면서도 담주에 또 오겠다고 예약까지 하고 가던. 이런 손님은 딴 나라로 이민 보내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 진상은, 아침에 무거운 거 드는걸 좀 도와준, 말할 때 한쪽 눈은 나를 보고 한쪽 눈은 자신의 코를 보던 루마니아서 온 젊은 남자가 돈을 달란다. 낼 오슬로 가야 되는데 차비가 없단다. 요건 기본적인 수법인데 어딜 가나 쓰이나 보다. 불쌍한 표정을 한껏 짓는데 사팔뜨기 눈이 더 오묘해져 내 눈이 핑핑 돌아가는 거 같았다. 난 한국식 미신을 믿는다, 특히 아침에 진상을 치르면 하루 종일 장사 공친다는. 저번에는 러브 종이를 뗀 만큼 주얼리를 팔아 마법에 걸린듯했는데, 그날은 진상 때문에 부정을 탄게 분명했다.


그래도 카페가 끝나면 드라간이랑 나는 한쪽 소파에 최대한 편하게 몸을 걸치고 수다를 떤다. 

드라간은 적당한때에 특히 내 눈이 공허할 때에 음식을 내올 줄 알지만, 의외로 가톨릭 신자인 그의 예수 얘기에 또 내 눈이 계란 흰자처럼 흘러내리려 한다. 모든 병자들이 예수에게 가서 나았다는 얘기가 가장 쿨하단다. 그런 얘기는 좀 짧게, 길게 할 거면 카페를 접고 의사가 돼 보지 그래, 드라간. 


담날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는 날이었다.

노르웨이의 독보적인 두 영웅, 뭉크와 입센. 근데 이 도시의 뭉크센터는 어찌나 찾기 힘든지. 지나가던 비둘기에게 길을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일요일 아침이라 시내에 고요함은 좀비 영화 속 좀비 나오기 전, 딱 그 고요. 다행히 지팡이 짚고 가던 노인이 달을 가르치듯 언덕에 있는 뭉크센터를 가르쳐줬다. 머리를 위로 묶은 히피가 인도신인 크리슈나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출몰한 것도 그때였다. 내 청춘을 반짝이게 했던 인도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던, 어중이떠중이 히피들이 한 히피하네의 상징 같은 저 머리. 짚신처럼 머리카락을 꼬아 마지막엔 정수리에 아우라처럼 얻는 저 포인트. 유럽에서도, 유독 명상의 황무 지격인 노르웨이에서 그런 히피를 만난다는 건 헤어진 사촌 하나를 사막에서 나는 느낌이랄까. 뭉크가 한 점의 붓다 그림만 그렸어도, 입센이 명상에 대한 글을 한 줄만 썼었어도 더 많은 히피들이, 더 많은 명상가들이, 시와 춤을, 인생과 사랑을 노래하며 프라나 카페를 찾았을 텐데. 

 

일층에 들어서자 먼저 온 팀들이 벌써 크리스마스 오픈마켓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다.

나는 벨리댄스 복장을 한 관계자를 만났고, 별똥별처럼 내게 떨어진 행운, 정중앙 포지션의 테이블을 지정받았다. 대강 주얼리 세팅을 마치니 내 주위 테이블 참여자인 웃음기없는 스톤 페이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두 마녀. 레이키와 힐링 마사지를 한다는.

별 하나 없는 암흑 속에 물결치는 파도 같은 검은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늘어트린 마녀 여자. 옷도 아주 마녀스러운, 빗자루를 탈 때 흐늘거리며 늘어지던 실루엣의 가디건. 그녀는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사람의 언어로 하이,라고. 그 옆의 마녀 여자는 표정이 깜깜했다, 노르웨이의 밤바다를 사람의 얼굴로 표현한다면 이 여자를 추천하고 싶었다. 코끼리의 커다랗고 단단한 몸을 한 이 여자는 머리카락이 홍당무 색이었으며, 치렁치렁하게 늘어트린 머리 사이로 뒤에 있는 조명이 비칠 때마다 머리 뒤로 석양을 지는 듯 이글거렸다. 눈에 아이라인도 감색으로 두텁게 둘렀는데, 도대체 웃지 않은 이 여자에게는 감히 다가서지 못할 고압전류의 에너지장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손님이 내내 없다가 오후에 아는 친구인지가 발마사지를 15분 정도 받는 걸 목격, 그때 이 빨간 마녀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고장 난 인형처럼 스쳤다. 왠지 으스스했다. 이 두 여성의 사진을 재빨리 찍고 싶었으나 그들 앞에서 굳은 내손을 나머지 한 손이 도와 내리게 하고 싶진 않았다.

 

두 번째 눈에 띄는 사람은 사람의 피를 맑게 바꾸는 오메가 전자파 펜, 부착식 오메가 자석 등을 파는 사람이었다. 그날 그걸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지만, 그 사람은 정말 열. 심. 히 팔았다. 부지런하게 유튜브 영상을 틀어댔으며, 프리 커피까지 제공했다. 물론 그 커피 안에도 오메가가 흐르고 있었다. 입안에서 지지직 오메가의 강이 혀를 타고 목구멍까지 흘러가는 느낌에 오메 소리가 나왔다.

 

세 번째는 외계인들의 마을이나 위성 버섯마을, 외계인들이 살만한 달나라 등을 그린 화가. 세상의 모든 외계인은 E.T의 얼굴이 기본적으로 깔여 있는 거 같다. 나와 대각선 상에 앉아있어 고개만 살짝 돌려도 그의 과도한 쌍꺼풀 라인이 있는 눈과 마주쳐서 살짝 부담스러웠다. 오후 무렵 손님이 내 주얼리를 사 갈 때 그가 웃어줘서 우린 친구가 되었다.


네 번째는 명상 용품을 파는 가게. 내 친구인 가게 주인 트론과 독일계 피가 섞였을게 분명한 그의 억센 와이프가 낙참파향을 피워서 오후 내내 향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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