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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박 Oct 25. 2021

 웃고 싶을 땐 프라나 카페 1

/ 그. 그녀. 그. 




 재미없는 천국 노르웨이에서 6년쯤 살았을 때 난 그 카페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프라나 카페는 노르웨이의 남쪽 지방 아렌달(Arendal)시내의 낡은 이층 집을 개조해 만든, 아늑한 무공해 느낌의 카페다. 은은한 향냄새와 명상음악이 카페의 배경이고, 명상의 황무지인 이곳에서 나름 인도를 쏘다녔다는 히피들이 최대한 머리를 감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를 제비 둥지처럼 틀어 올리고, 크리슈나의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이곳을 찾는다. 마침 옆이 요가 스튜디오고, 그 앞에 명상 용품을 파는 가게가 있어 작은 명상 아지트가 냄새가 난다. 유기농 차와 음식만을 고집하는 프라나 카페는, 약 200종류의 유기농 차를 손님이 냄새와 색깔을 보고 직접 차 거름망 봉투에 담아 머그잔에 가지고 오면 계산이 된다. 


벽에는 액자처럼 "자유"랄지 "평화" "천천히"같은 말이 약 15개 국어의 외국어로 또로록 세로로 쓰여있고, 사람들은 거기에 자기 나라 말이 있나, 없으면 매직펜으로 거기에 세겨넣는다. 나도 거기에 썼다. 네모, 동그라미, 직선이 모여 글자가 되는 경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과학적인 글자인 한글의 위대함을 펜에 힘을 실어, 최대한 바탕체로.


그곳엔 나의 작은 주얼리 샾이 작은 이벤트처럼 입점돼있다. 한때 내 청춘의 무대였던 인도, 그곳의 냄새와 색깔이 나도 모르게 베인 내 주얼리는 이곳 프라나 카페에 잘 어울린다. 내 작품들을 단번에 알아본 그들은 고맙게도 내게 대관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장소를 내어줬다. 서울 인사동 아트갤러리에서 빛을 발했던 내 작품들은 이곳에서도 이렇게 부활했다. 비싼 이곳에서 무료라니! 물론 그들은 단번에 나의 모든 친구들을 제치고 베스트 프렌즈가 되었다. 이곳을 계기로 나는 이후에 아트갤러리 여러 군대에 입점하게 된다.


카페의 오너 "드라간 "은 요가선생이기도 하다. 조금 해학적이게 생긴 이 친구는 나보다 두 살 적은 크로아티아 사람이다. 우린 주로 Stone face (잘 웃지 않고 돌처럼 경직된 얼굴 )의 노리 지안 욕을 만나면 한다. 이 친구의 최대 장점은 내게 무료로 차와 음식을 주는 건데, 카페가 끝나고 나면 남은 케이크이나 너무너무 맛있어서 영혼이 한번 부르르 떨리는 수프를 먹으며 수다를 떤다. 드라간은 주로 낭만적인 시선을 연출하며 떠들고, 나는 묵묵히 그 틈에 음식을 흡수한다. 그는 주로 샐러드와 피자 조각처럼 자른 치즈를 먹는데, 주로 내가 말할 때 입으로 잽싸게 샐러드를 넣는 손동작이 정말 빠르다.


카페의 직원이지만 파워 있는 "안네 "는 내가 만나본 노리지 안중에 가장 따듯한 여자애다. 그녀가 스웨터를 자주 입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이십 대 중반의 나이지만 하트의 나이는 50대로 추정. 옷을 뚱뚱한 덴마크 아줌마 스타일에 히피풍을 접합시켜 입는데 묘하게 어울린다. 입점 첫날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는 귀걸이를 처음부터 선물해 그녀는 나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 드라간의 늙은 친구 "욘 ". 62살이라는 그는 말이 별로 없다. 만날 때, 헤어질 때 한 번씩 허깅.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젊은 시절 여자 좀 울렸겠다 싶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면 그들은 내게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오늘 어디서 라이브 뮤직이 연주되고, 어디서 오픈마켓이 열리는지. 토요일 저녁, 카페가 끝나면 우리는 어디서 놀 것인지, 언제 오픈마켓에 조인해 그들의 유기농 차와 나의 멋진 주얼리를 팔 것인지 얘기한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 하신가요? https://brunch.co.kr/@norwayhu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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