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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박 Jan 20. 2022

앞집 남자를 보며 쓴 시는 황홀할까

조금 긴 시 하나 쓸까 하여.

                    


                                 1월 


                                                             


                                                                                    코샤 박


 



눈이 올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밤을 내내 채우는 것은 눈이었다. 비스듬한 언덕길을 단정히 결론짓고 있는 눈 사이사이로 하얀 집. 그 안에서 얌전히 가슴에 손을 모으고 잠이 든 남자는 상투적인 것일까. 그가 꾸는 꿈 안에도 눈이 오고 있을 것이다. 거실에 불을 켜둔 채 잠이 들면서 성실하게 낡아 가고 있다. 그의 이빨이 아침이면 빠질 지도 모른다. 빠진 이빨을 허공에 비쳐보다가 읽다 만 책 위에 올려 두리라. 물을 끓인다. 햇볕의 껍질로 펼쳐지는 찻잎을 띄운다. 툭. 짧은 잎사귀 위에서 쌓여가던 눈덩이가 일으키는 작은 소란. 늙지 않는 시계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달력은 벽에 걸려있다. 눈 사이를 잇는 굴뚝 연기를 따라 바람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그의 눈 껍풀 사이로 눈이 내린다. 그는 빗자루를 들고 현관 앞 눈을 천천히 쓸어낼 것이다. 그의 하얀 머리 카락에 눈송이가 깃털처럼 달린다. 결국 낮을 내내 채우는 것은 눈이었다. 눈의 껍질을 털어내며 현관에 앉아 그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겨울내내 눈이 내리고 내리고 






시에 관한 짧은 해설:

베란다 문을 열면 보이는 앞 집. 늘 불이 켜진 거실. 

눈 내리는데 그 안에 놓인 하나 놓인 흔들의자가 보인다.

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눈은 하염없고, 내게 시가 왔다.

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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