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숙제 : '엄마'라는 주제로 간결하게 글쓰기
◎ 다음은 간결하게 쓰기의 원칙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간결하게 쓰기.
2. 올바른 문장, 정확한 문장,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자.
3. 지나친 미문 의식은 좋은 문장을 방해한다.
4. 수식어(형용사어, 부사어)를 많이 쓰는 문장을 자제하라.
5. 접속어를 남용하면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
'엄마'라는 주제로 간결하게 글쓰기(1,000자~1,500자 내외)
당신은 당신을 부끄러워했다.
(부제 : 나는 당신을 단 한 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었다.)
전교생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다.
깡시골에서 국민학교 가을운동회는 마을 잔칫날이었다. 마을 찬모장이었던 만례씨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마을회관에 가서 마을사람들과 음식을 준비한다고 했다.
운동장은 만국기로 가득하다. 운동장에는 하얀 가루로 달리기 선이 그려져 있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국민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만례씨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구령대 옆에 앉아 있는 만례씨를 발견하고 양손을 힘차게 흔든다. 만례씨는 좌우를 한 번 살피더니 한 손을 조심스레 든다. 뒤에 있는 같은 반 아이가 누구냐고 묻는다. 우리 할머니라고 대답한다. 그 아이가 만례씨를 보며 꾸벅 인사한다.
오전에는 개인 달리기, 과자 따먹기, 부채춤이 진행되었다. 1~2학년 부채춤 공연이 시작되었다. 만례씨는 내가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활짝 편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가 내리는 부분에서 만례씨를 보면서 씩 웃는다. 만례씨가 손을 살짝 펴서 박수를 친다.
오전행사가 끝나고 점심시간이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과 형제들까지 여럿이서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내가 만례씨와 단둘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상권이 엄마가 나를 부른다. 나는 괜찮다고 만례씨랑 둘이서 먹는다고 한다.
만례씨는 내가 좋아하는 묵은지 김밥과 계란장조림을 싸왔다. 만례씨는 내가 먼저 먹을 때까지 내 입만 보고 있다. 내가 만례씨 입에다 김밥을 넣어주자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마다하지 않고 계속 받아 드신다. 김밥 다섯 개와 계란 한 개를 먹고 식사를 끝낸다. 만례씨가 보온통에서 따뜻한 매실차를 따라 건네준다. 나에게 건네준 잔을 만례씨에게 건네준 후, 다른 잔에 매실차를 따라 함께 마신다.
오후에는 줄다리기, 박 터트리기, 엄마와 달리기, 계주가 진행되었다. 엄마와 달리기 시간은 엄마가 아이를 업고 달리는 경주다. 만례씨와 함께 나온 나를 보고 병설유치원 때 담임선생님이 걸어오신다. 심판선생님께 만례씨 대신 달린다고 이야기한다.
만례씨가 잡았던 내 손을 살며시 놓는다. 나는 만례씨 손을 꽉 잡으며 할머니랑 손을 잡고 뛰겠다고 말한다. 만례씨가 선생님하고 뛰라고 나를 설득한다. 결국 내 고집을 꺽지 못했다.
나는 만례씨 손을 잡고 뛰었다. 차이가 많이 나는 꼴등이었지만, 나에겐 가장 뿌듯한 기억 일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