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는
이 검도장을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는 말로
충분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몸이 먼저 기억하던 곳.
발바닥은
바닥의 결을 외우고,
손바닥은
검자루의 감촉을
잊지 못하던 곳.
검을
처음으로 잡았던 날도,
손에 물집이 잡혀
몰래 눈물을 삼키던 날도,
넘어져 바닥에 엎드린 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던 날도
모두 이 검도장 안이었다.
하지만 최근
검도장은
너무나 조용했다.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도,
검이 부딪히는 소리마저
오래전에 사라졌다.
검도장 안이 너무 조용해서
문 앞에 서서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멈췄다.
문 너머에 여전히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서,
쉽게 문을 열지 못했다.
그래도 발걸음을
끝내 돌리지 않았다.
어렵사리
문을 여는 순간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왔다.
문은
천천히 열렸는데
바람은
빠르게 안으로 흘러들었다.
리오가 오기만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문틈을 타고
도장 안 깊숙하게
아주 재빠르게
리오는
순간적으로
낯선 공기를 느꼈다.
바람의 방향이
리오의 눈에
고스란히 보였다.
리오는
자연스럽게
바람의 방향이 머무는
벽을 바라보았다.
이순신 장군의 초상.
갑옷을 입은 몸.
굳게 다문 입.
흔들리지 않는 눈빛.
어릴 때부터
일곡검도장에서 매일
마주하던 얼굴.
검을 들기 전
항상 고개를 숙이던 자리,
마음이 흐트러졌을 때마다
시선이 향하던 곳.
리오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용히 말을 꺼냈다.
리오의 낮은 목소리.
“검은 싸우기 위함이 아니라…”
말끝이 잠시
허공에 맴돌았다.
리오는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지키기 위해
드는 거라고 하셨지.”
그 말은
누군가의 가르침이었고,
동시에
스스로에게 건네는
확인이었다.
그 순간
도장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바람이
초상 앞에
머물렀다.
시간마저
멈춘 것처럼,
리오는 잠시
숨을 죽였다.
초상 앞의 천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흔들린 천 뒤
그 자리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마치
초상에서
한 걸음
걸어 나온 것처럼.
갑옷을 입은 몸.
굳게 다문 입.
흔들리지 않는 눈빛.
수많은 선택과
수많은 책임을
지나온 사람의 눈.
도장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가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도망가지 않았다.
검도 들지 않았다.
그저
똑바로
서서 바라보았다.
그가
입을 열자
도장 안이
조용히 울렸다.
“나는 이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