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도장 바닥을
길게 가로질렀다.
어제와
같은 자리,
같은 마루,
같은 초상.
그런데도
리오는 쉽사리
일곡도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공기는
이상할 만큼
잠잠했다.
어제처럼
바람이 돌지 않았고,
기둥도
마루도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낯설었다.
리오는
곧장
벽을 바라보았다.
이순신 장군의 초상.
갑옷을 입은 몸.
굳게 다문 입.
흔들리지 않는 눈빛.
어제와 같은 그림.
하지만
어제의 그 눈빛은
분명 살아 있었다.
지금은
그저 종이 위의
먹빛일 뿐이었다.
“……장군님.”
작게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도장 안에는
리오의 숨소리만
옅게 맴돌았다.
리오는
초상 앞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그림의 가장자리를
살짝 쓸어보았다.
차가운 종이의 감촉.
그뿐이었다.
어제의 기척도,
그 단단한 눈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꿈이었을까.
그렇게
정리하려는 순간.
도장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울렸다.
리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없다.
그런데
발끝 아래로
가느다란 진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그때
초상 아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툭.
작은 소리였지만
도장 전체가
울린 듯했다.
리오는
몸을 낮춰
그것을 집어 들었다.
접혀 있는
낡은 화선지 한 장.
이 도장에
이런 게
있었나?
천천히 펼쳤다.
먹빛은
아직 선명했다.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검은 손에 있지 않다.”
리오는
숨을 멈췄다.
그 아래에는
무언가 더 적혀 있었지만
먹이 번져
읽을 수 없었다.
지워진 것이 아니라
가려진 것처럼.
마치
지금의 리오에게는
아직 허락되지 않았다는 듯.
그 순간
검도장 문이
덜컥,
아주 작게 흔들렸다.
리오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바람을
느껴보려 했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은
천천히
한 뼘쯤 열렸다.
문틈 사이로
밝은 빛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또각.
또각.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도장 밖에서
멈춰 섰다.
잠시 정적.
다음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그 도장이 맞나?”
리오의 손에 쥔
화선지가
가볍게 떨렸다.
발끝의 진동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마치
도장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드디어
도장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