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들어온 도장

by 노래하는쌤

리오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한 번.

그리고

다시 한번.


도장 안은

마루도,

기둥도,

천장도

모두 그대로였다.


벽에 남은

오래된 금도,

손때 묻은

기둥의 결도

리오가

어릴 때부터

보아 온

그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분명

같은 공간인데

도장 안의

공기는

전혀 달랐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분명

바람이

들어올

곳은 없었다.


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창도

꼼꼼히

잠겨 있었다.


그런데도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부드러운 바람이

리오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도복 자락이

살짝

들렸다가

가라앉았다.


바람은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고,

돌고,

기다리는 것처럼

움직였다.


리오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바람은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것처럼

계속

도장 안을

돌고 있었다.


리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벽으로

향했다.


이순신 장군의 초상.


조금 전까지

그 앞에

서 있던

장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방금…”


리오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설명하려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말 대신

몸을

움직였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반복한 자세.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중심을

낮췄다.


손에는

검이 없었지만

몸은

이미

검을 쥔 것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바람이

리오의 앞에서

멈췄다.


등 뒤도,

옆도 아닌

정확히

정면.


마치

누군가가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


리오는

숨을 삼키고,

바람의 결을

느꼈다.


흩어지지 않는

하나의

선.


길처럼

이어진

흐름.


“……아.”


말보다

먼저

몸이

깨달았다.


이건

그냥 바람이

아니었다.


검의

움직임이었다.


리오는

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바람이

함께

움직였다.


도장이

낮게

울렸다.


마루가

숨을 쉬듯

삐걱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겹쳐졌다.


바람에

실린 듯,

공기에서

울려 나온 말.


“도장은

검을 가두는 곳이 아니다.”


리오는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바람과 함께

검을 들어라.

그리하면

비로소

검은

깨어난다.”


말이

사라진 뒤에도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리오는

알았다.


이 도장은

다시

열렸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그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