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물들다.

by 노래하는쌤

한 번쯤은 그런 사람으로 비치고 싶었다.


곱게 곱게 사랑만 받고 자란 사람,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괜히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사람이고 싶었다. 햇살이 흐드러지게 비추는 따스한 봄날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간절히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알고 있었다. 나는 내 바람처럼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 순간 이유 없이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열등감은 내가 결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마치 오래된 기억을 들춰내듯 매번 나를 조롱하듯 붙잡았다. 꽁꽁 숨겨 두었던 마음 깊은 곳의 상처들은, 어떤 시간과 어떤 장면 위에 겹쳐질 때마다 나를 다시 그때의 나로 데려갔다. 괜찮아진 줄 알았던 기억들,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감정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낼 때면, 나는 나조차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너는 유한 사람이 아니야. 너는 봄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어. 너는 그렇게 따뜻하게 자라난 사람이 아니라서 그건 불가능해라고 내 마음에 외쳐댔다.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졌던 잔인한 약속처럼, 넌 결코 그리 될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그 말들은 내 안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반복되었다. 그래서 나는 발버둥을 쳤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조금 더 다정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듯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갔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던 어느 겨울날, 내 앞에 네가 나타났다. 어둡고 차갑기만 하던 계절 속에서, 너를 만난 뒤로 내 삶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너와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계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곱게 곱게 사랑만 받고 자란 사람처럼,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괜히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햇살이 가득한 봄날처럼 포근하게 감싸 주는 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나는 여전히 예전의 나를 안고 살아간다. 가끔은 오래된 상처들이 고개를 들기도 하고, 불쑥 찾아오는 감정에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너와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애써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로 너와 함께 이 시간을, 따스한 봄 햇살을 마주하며 손잡고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무수한 계절을 지나 함께 걸어온 우리의 시간은 여전히 봄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모든 시간 또한 변함없이 봄일 것이다. 네가 나의 봄이기에... 나 또한 너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