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검의 숨

by 노래하는쌤

조용한 도장 안.


너무 조용하다 못해

작은 숨결 하나

크게 들릴 정도였다.


소년은

목검을 잡은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소년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리오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


짧은 한마디.


소년은 목검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굳은 어깨.

얕은 호흡.


리오가 그 순간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또각.


마루가

짧게 울렸다.


소년의 눈이

흔들렸다.


“그렇게 들면…”


리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검이 죽어.”


소년의 손이

멈췄다.


“검이… 죽어요?”


리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자신의 목검을 들었다.


조용히 숨이

내려앉았다.


무겁게

도장 안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바람조차

멈춘 듯했다.


그리고는

리오의 검이

움직였다.


슥.


빠르지 않았다.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순식간에

공기가 찢어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소년의 바로 앞을

스쳐갔다.


소년의 몸이

굳었다.

숨이

멎었다.


분명히

닿지 않았는데

목 앞이

서늘했다.


한 발짝만 더 가까웠다면

베였을 것 같은 감각.


뒤늦게

숨이 터졌다.


“하…!”


리오는

검을 멈춘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눈빛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느꼈어?”


소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리오는 검을

아주 조금 더

밀어 넣었다.


그 순간

마루가

짧게 울었다.


끼익.


기둥이

미세하게

떨렸다.


도장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제야 리오는

검을 내렸다.


한꺼번에 공기가

풀렸다.


소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손에 쥔 목검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게 검의 숨이다.”


리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소년은 목검을

내려다보았다.


그저 나무일뿐인

목검이 아까와

다르게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는

가볍던 것이

이제는 묵직하게

손에 남아 있었다.


리오는 천천히

초상을 바라보았다.


이순신 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고요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바람이 아주 짧게

도장 안을

가르고 지나갔다.


스치듯.


마치

방금의 검을

따라 하듯이.


리오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건

자신의 검이

아니었다.


소년이

작게 물었다.


“…형.”


리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람이

한 번 더

초상 앞을

스쳤다.


아주 천천히.


누군가가 마치

검을 들고 있는 것처럼.


도장 안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검이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