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마지막 잔을……
2006/07/24/월
“오빠 오늘도 편의점 콜?”
세희는 언제나처럼 맥주 2캔을 산다. 석현은 언제나처럼 새우깡을 산다.
“세희 너는 항상 안주 없이 맥주만 마시더라. 그렇게 마시면 속 버려.”
석현은 편의점에서 어묵탕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구운 계란 두 알을 어묵탕에 넣어 세희에게 건넨다.
“여기 앞에 까투리 가자니깐 날도 더운데 왜 편의점만 고집하는 거야?“
“여기 편의점이 조용해서 좋아. 그리고 여름이 더워야 여름이지. 그러게 우리 집에 가서 먹자니깐.”
“한세희! 아직도 사람 무서운 줄 모르네. 오빠 포함 모든 남자는 단둘이 집에 있는 거 안돼. 나중에 결혼할 사람 생겨도 알았지?
“남자친구도 없는데 결혼이야기를 하고 그래. 그리고 오빠가 남자는 무슨! 오빠는 오빠가 아니라, 아빠지 아빠! 아빠는 좀 그런가? 막내삼촌?“
“나 너보다 3살 많거든? 누가 들으면 30살은 많은 줄 알겠네.”
‘겁쟁이. 언제까지 오빠로만 있을 건데……‘
“됐네요. 짠이나 하자! 오빠와 나의 첫 데뷔를 위하여! 치얼스!!”
세희와 석현은 늘 그렇듯 하늘을 향해 맥주캔을 들어 올린다.
치얼스!!!
2010/04/26/월
“엄마 나 왔어.”
“세희야. 서운해하지 말고 들어. 이제 여기 그만 와도 돼.”
“엄마. 그러지 마. 나 여기 아니면 갈 데도 없는 거 알잖아.”
“이제 엄마라는 호칭도 정리하자. 너도 이제 좋은 사람 만나야지.”
“......”
“석현이도 그러길 바랄 거야. 세희야! 이제 우리 그만 석현이 보내주자.”
2010/07/24/토
세희는 집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 2캔과 석현이 좋아했던 새우깡을 산다.
‘석현오빠...... 오빠 진짜 나쁜 사람인 거 알아?
왜 하필 내 생일에 떠나서...... 나 진짜 오빠가 너무 미웠는데 나 참 이기적이지?
오빠 아니면 안 된다고 하루도 못 살 것처럼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나 이제 다시 살고 싶어져.
그 사람 마치 오빠가 보내 준 사람 같아. 그 사람 나한테 진심인 것 같아. 오빠도 아마 좋아했을 거야.
오빠 나 이제 오빠 그만 보내줘도 괜찮을까?
나 이제 글도 다시 쓰고, 노래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해. 오빠 없이 나만 행복해도 될까?
오빠 미안해.’
세희는 늘 그렇듯 하늘을 향해 맥주캔을 들어 올린다.
안녕 오빠. 석현오빠와의 마지막 잔을..….
치얼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나에겐 일생동안 따라다닌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체중의 데드라인이 있다. 강박은 결국 나를 미치게 만들었고, 올여름 BMI지수가 15까지 내려가며 결국 배우자를 처절하게 울게 만들었다.
“여보. 제발…… 그러다가 당신 죽어. 사망률이 제일 높은 게 당신 병이야. 나는 당신이 없는 삶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아. 나랑 같이 병원에 가자.“
“나 딱 3개월만…… 올 가을까지만 기다려줘. 그때는 치료받고 입원할게.“
아이들에게 엄마가 아무래도 치료를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고 기도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남은 숨이 사그라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둡던 내 마음에 조금씩 빛이 들어옴을 느꼈다. 어스름한 밤 달빛이 나의 앞을 비추고, 바람처럼 내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와 함께 하지 않을래요?”
달빛바람은 생명이 꺼져가는 나에게로 다가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었다. 그곳에서 나는 그대들을 만났다.
나는 이제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 데드라인은 없다. 40년 동안 허우적거리기만 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헤엄쳐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올여름 그대들은 나에게 기적을 가져다주었다. 그대들의 글은 나에게 끊임없이 괜찮다며 위로를 주었다. 나는 그대들과 함께한 2025년 여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쌤아. 그 강을 건너도 돼. 이제 혼자가 아니라 함께잖아. 우리 이제 가을의 강으로 함께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