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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새 Oct 02. 2022

12. 돈이 다 들어온 것이 맞나요???

3월 25일 그 날 따라 교사회의에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뭔가 들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단체로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라고 머리 속에 생각이 스쳤다


"드디어 오늘 월급날이네요~"

"그러게요~ 뭐 쥐꼬리만한 월급이지만 그래도 월급이 들어온다니 좋네요. "

"잠깐 통장을 스치는 거죠. "


선생님들이 이야기 하시는 것을 듣고 나서야

'아 오늘이 월급날이구나. '


라고 알 수 있었다. 월급 날이라는 것을 알자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월급이 들어오면 뭘할 지 ,적은 월급에 대한 잠깐의 푸념을 하자 시계는 벌써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모두 화이팅을 외친 후 각자의 반으로 흩어졌다. 월급날이라 모두 기분이 좋은데 파트너 선생님의 표정만 썩 좋지 않았다. 우리반 문 앞에 도달했을  파트너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나 월급 정산마저하고 입금해드려야해서 애들 5명 되면 나 불러요."

"아! 그걸 선생님이 하세요?"

"그러게요."


내 파트너 선생님은 전에 말한 적 있듯이 원감님의 지위였기 때문에 원의 회계를 담당하셨다. 원감님임반의 정담임을 맡으신 건 물론이고 회계까지 하시니 항상 바쁘셨고, 특히나 월급날에는 더 바쁘셨다. 회계라는 것이 어디든 복잡하기 마련인데 아이들을 돌보면서 회계까지 하시니 파트너 선생님의 퇴근 시간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실습한 어린이집은 원장님이 회계를 하셨고, 유치원의 경우 행정 선생님이 계셔서 정담임이 회계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린이집의 인건비 등의 문제로 행정 선생님 고용은 어불성설이어서 원장님이나 원감님 혹은 주임 선생님이 회계를 담당했다. 어린이집도 규모가 작다고는 하나 하나의 사업체기에 이것저것 회계 처리할 것들이 많았는데 그것을 원장님이 아니라 원감님이나 주임선생님이 할 경우 그 파트너 선생님도 당사자인 선생님도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여튼 파트너 선생님이 월급날에 매우 바쁘셨기 때문에 나는 반에서 아이들을 혼자 보고 있었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인 1대 5가 넘어가면 파트너 선생님을 부르기로 했다. 10시까지 4명의 아이들이 등원했는데 그 중에 쌍둥이가 있었다. 쌍둥이는 나와 낯을 가리는 상태였기에 내가 안아 달래는 것에 시간이 걸렸다. 사실 초임이라 선생님 1명 분은 못하는 상태였기에 아이들 4명을 혼자 보는 일이 너무 버거웠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5명이 등원했고, 그제서야 파트너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


이미 난 한 시간 반동안 아이들의 울음을 받아준 후라 몸이 지칠때로 지쳐있었다. 그렇게 지친 채로 남은 오전 시간을 보내고 6시가 되어 퇴근했다. 핸드폰에 월급 알림이 왔으나, 그것을 확인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밥도 안먹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월급날이 지나가자 내 머리속에 월급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일단은 하루 하루 사는데 버거워서 월급이 얼마 들어왔고, 이런것을 확인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은우 사건이 터졌고, 자연히 머리속에서 월급은 잊혀졌다.


"그래서 월급은 들어왔지?"


내가 월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4월 첫 주 주말 언니의 물음에 의해서 였다. 간만에 언니와의 외출이었는데 언니가 월급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들어왔냐고"

"응"

"얼마 들어왔는데?"

"몰라."

"멍청아 그걸 모르면 어떻게 내가 이러니까 너를 아휴 빨리 은행 어플켜봐"

"아.. 응응"


굉장히 힙한 카페에서 힙하게 혼난 후 은행 어플을 열었다.


25일 '**어린이집'이라는 이름으로 급여가 찍혀있었다. 그 금액은 '140만원 남짓'이었다.

그리고 7일에 국가에서 주는 영아반 담임 수당이 20만원이 따로 찍혀있었다. 총 합의 160만원 정도 였다. 언니는 천천히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뭔가 자기가 열어선 안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말이다. 사실 나도 당황했다. 어린이집 교사가 박봉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얼른 적금이나 들자."


언니가 애써 분위기를 밝히면서 이야기 했다. 나는 언니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적금 몇 개를 들고 어플을 껐다. 머리 속에 160만원 남짓의 숫자가 떠다녔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켜고 호봉표를 확인했다. 어린이집은 4년제를 나왔든 2년제를 나왔던 인터넷으로 자격증으로 땄던 동일하게 1호봉부터 시작이었다. 그런데 호봉표와 내 월급이 달랐다.


'그래 월급을 모르고 조금 주신 걸거야!'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월요일 출근해서 파트너 선생님을 뵙자마자 물었다.


"선생님 제가 월급을 확인해봤는데요... "

"많이 적죠?"


파트너 선생님이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이야기 하셨다.


"구에서 주는 돈 20만원은 3달 지나고 나서부터 들어올거에요. "

"아..."

"많이 월급이 작죠? 다들 일하고 월급 받으면 현타와요. 나는 10년이 넘었는데 선생님이랑 그렇게 많이 차이 나지 않아요. 참.. 그래요 그쵸?"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10년 일한 선생님이 일년 일한 나와 비슷하다는데 뭔 말을 더하겠는가.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 인터넷에서 나오는 교사 호봉표에 맞춰 월급을 받는데 거기서 여러 세금을 뗸다. 그리고 그 돈이 너무 적어서 국가와 구에서 보육교사들에게 추가적으로 수당을 더 주는데 그것도 영아반을 하는 경우는 교육부 소속이 아니고 보건복지부 소속인데다가 보건복지부가 돈이 없다고 해서 월급날이 아닌 다음 달 7일에 들어왔다. 그마저도 연말이나 연초 같을 때는 돈이 더더욱 없다면서 10일을 넘어서 주기 일 수 였다.


나는 사실 돈에 연연하는 사람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 아닐 뿐더라 이 일을 선택한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함보다는 아이들과 함꼐하는 시간이 행복해서 크기 때문이었지만 월급날마다 오는 현타는 어쩔 수 없었다.


 1년의 휴식기가 있어 4년차인 현재의 내 월급은 원에서 받는 것은 180만원 남짓이고 현재는 유아반이라 국가에서 주는 정교사 수당 36만원과 구에서 주는 돈 20만원 정도를 해서 230만원 정도였다. 이 마저도 내가 영아반으로 가면 정교사 수당이 줄어서 220만원 대로 떨어졌다. 내가 워낙 돈을 잘 안쓰기에 그냥 그 월급을 받는 것에 대해서 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날 때나 업무가 너무 많아서 버거울 때 아이들의 보호자분들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실 때는 현타가 세게 왔다.


어린이집 교사는 상여금이나 보너스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정말 저 금액이 전부였다. 그런데 사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은 보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았고, 본봉도 나보다 훨씬 높았다. 엄마가 공무원으로 일하셨기 때문에 상여나 보너스 추가 근무 수당 등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린이집은 추가 근무를 하면 그냥 한 것이었고 상여, 보너스가 없어서 돈은 더 적게 받았다. 하지만 이런거 보다는 일이 버거울 때 보호자분들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했을 때 더 크게 체감이 되었다.


우리는 청소 선생님이 없어서 반청소, 화장실 청소를 교사가 해야했고,  행정선생님이 없어서 행정 업무를 교사들이 나눠서 해야했다. 거기에 부모님 상담도 아이들이 어렸기에 연 2번의 상담도 수시로 해야했다. 이 모든 것을 저 돈을 받고 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일을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쁘고 아이들에게 얻는 것이 있고 사명감이 있기에 이 돈을 받으면서도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직업은 사명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그 때 그 당시 첫 월급을 받고 다시 한번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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