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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Jan 09. 2023

대면 심리상담을 시작하다

꽤나 힘든 새해 첫 주를 보냈다. 아무 글이라도 뱉어냈던 브런치 피드가 1주일간 조용했던게 그 증거다.

새해 첫 날 갑작스래 준비운동도 없이 달려서 몸이 아프기도 했고 처음으로 브런치로 들어온 제안에 집중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미래에 대한 선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머릿속에 자리잡은 강한 압박감이었다. 하필 연말에 꿈에 대한 글쓰기 덕분에 꼭꼭 숨겨왔던 소망이 무엇인지 확인해버렸다. 양 극단에 있는 복직과 도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갈림길. 여러 가지 길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조언해주었다.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할 사람들과는 왕래가 끊은지 오래다. 하나 하나 모두 나를 생각하고 해 준 말임을 알고있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또다시 4시에 잠이 깨거나, 혹은 4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이 다시 심해진 타이밍에 심리상담을 시작하게 된 것도 공교롭다.


심리상담을 받기로 마음먹은건 연말이다. 정신과 상담과 약물, 운동, 글쓰기 모두 치료에 도움되고 있었지만 어딘가에서 멈춰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에 상담 사례를 모은 책을 한 권 읽게 되었고, 심리상담소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장 컸던 장벽은 아무래도 가격이었는데, '돈보다 건강을 먼저 생각하자'는 아내의 말이 큰 힘이 되었다. 


금요일에 방문한 심리상담소. 철저한 예약제로 1:1로 운영되고 있어, 정신과에서 느끼는 복작복잡함과는 또 달랐다. 담당 선생님께서 친절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첫 상담이기에 간단한 인적사항과 문장완성검사를 하고, 1시간 정도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장완성검사를 하면서는 그래도 확실히 상태가 나아졌다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이라는 물음에 뭘까?라는 지난날의 답변 대신 뭔지 알아가고 있다 라는 답변을 적었다. 대면 상담 중에는, 괜히 친척들에게 새해 안부를 돌리다 큰아버지로부터 제사 이야기를 들은 관계로 가족 관련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생님이 하신 여러가지 말 중에 '내면에 많은 자원이 느껴진다' 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전에 텍스트 테라피를 할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기 보다는, 안개가 너무 심해서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태랄까. 큰 마음 먹고 시작한 심리상담이 안개등이라도 되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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