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심리상담 이야기
본격적인 첫 번째 심리상담. "태어나서 가장 처음 기억나는 장면이 뭔가요?"를 시작으로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정신과에서도 제법 이야기했었고, 브런치북으로도 꽤나 자세하게 정리했던 주제여서 큰 부담은 없었다. 계속해서 외줄을 탔지만, 행운과 인복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은 상담사님의 다음 질문이 있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까지 버티게 했을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버티면서 살아야 할까요?"
두 눈의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 울분을 토해내려는 감정의 몸부림을 이성이 막아내고 있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태어난 이상 열심히 사는 게 당연하고, 이 정도 어려움은 누구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왔다. 그런데 타인의 입으로 듣는 나의 삶은 왜 이렇게 슬픈 건지.
상담사와의 대화를 곱씹어 본 주말이 지나고, 그동안 겪어본 적 없는 절망감으로 가득 찬 아침을 맞이했다. 벗어날 수 없는 이불 아래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것은, 끝없이 스스로를 어르고 또 채찍질해 가면서 달려와야 했던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다.
지킬 것도 돌아갈 길도 없었기에 스스로를 어르고 또 채찍질하며 끝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야 여유가 생겨 주위를 돌아보니 지킬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꼭 전진할 필요도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했다. 게다가 너는 남들보다 늦었으니, 걷지도 말고 뛰어야 한다는 말. 하기 싫었다. 그리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천천히 걸어가는 방법을, 쉬어가는 방법을 몰랐다.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버틸 수 없었다.
다시금 상담사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외눈박이 마을에 두 눈으로 살고 있어 견디기 어려웠다는 말에, 그는 그렇다고 눈 하나를 뽑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당당하게 두 눈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 삶. 내가 삶에 끌려다니지 말고,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앞으로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는 마무리.
지금까지 했었던 많은 것들이 문제를 잠시 두고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심리상담은 문제를 직면하고 부딪히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훨씬 마음이 힘들다. 충격요법이 더 잘 들어맞을지는 모르겠다. 겨울 내내 콧물을 줄줄 흘리는 것보다는 1주일 정도 격하게 아프고 낫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 오늘은 죽을 만큼 아팠으니, 내일은 조금 더 개운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