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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Feb 09. 2023

AI가 글을 더 잘 쓰면 브런치를 그만둬야 할까?(1)

알파고는 바둑기사들의 밥줄을 끊지 않았다

Chat GPT에 입력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사회 전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AI의 인간 영역 침공이 마침내 글쓰기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되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Chat GPT. 주제어를 입력하면 몇 초~몇 분만에 그럴듯한 에세이 한 편이 출력된다. 위의 사진은 실제로 chat GPT를 이용한 결과다. 아직은 솔직하게(?)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다른 많은 분야에서 나타난 운명을 글쓰기라고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초읽기에 들어간, AI가 인간보다 글을 잘 쓰는 시대. 그렇다면 우리가 브런치에 공들여 쓰는 글들은 이제 무의미해지는 것일까? 더 큰 실망을 하기 전에 빨리 그만두는 것이 우월전략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우리가 AI보다 못한 글을 쓴다고 해서 브런치를 그만 둘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내가 브런치에서 바라보는 것은 '글'보다는 '글쓴이'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승리가 바둑계에 남긴 것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것으로 대중들에게까지 충격을 준 사건은 2016년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다. 비록 1996년에 '딥블루'가 체스에서 AI의 승리를 가져왔지만,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바둑에서는 아직 인간이 우세할 것이라는 것이 주된 여론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5전 4승 1패로 압도적인 알파고의 승리. 바둑계는 물론, 이제 모든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리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일이 이후에 발생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는 이후 '알파고 제로'라는 바둑 인공지능을 새로 만들어 기존 알파고와 대국을 시켰다. 두 AI가 가진 차이점은 바둑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알파고가 기존 인간 바둑기사들의 기보를 보며 학습한 반면, 알파고 제로는 바둑의 기본 룰 정보만을 주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했다. 결과는 일방적인 알파고 제로의 승리. AI가 스스로 발전하는 속도가 인간이 관여하는 속도를 뛰어넘는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현실에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수많은 바둑 AI가 만들어지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게 되었다. 동시에, 바둑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공지능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인간들의 바둑을 누가 볼 것인가? 그러나 프로기사들은 여전히 배출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대회도 계속해서 개최되고 있다. AI의 승리가 인간 바둑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AI가 바둑계에 미친 파장은 매우 크다. 예전에는 스승으로부터 선택받은 소수가 바둑을 전수받았다면, 지금은 관심 있는 누구나 쉽게 AI와 함께 바둑을 공부할 수 있다. 대국 중에는 AI가 실시간으로 승부를 예측한다. 한 수 한 수 두면 바뀌는 그래프를 보면서 방금 돌을 놓은 자리가 묘수인지 악수인지를 바로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과 인간의 승부에서 기술은 그저 도울뿐. 


어떤 바둑기사의 칼럼에서는 이러한 바둑계의 변화를 바라보는 씁쓸함이 담겨있다. 모두가 AI를 공부하니 과거 프로기사별로 가지고 있던 각자의 기풍은 사라졌다. 인간의 힘으로 '신의 한 수'를 찾는 노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바둑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스포츠'에 불과하다는 것. 언젠가 모두가 느낄, AI에게 자신의 분야를 빼앗겼다는 상실감으로 가득한 글이었다. 


다만 해당 칼럼으로부터 왜 바둑이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찾을 수 있었다. 바둑이 스포츠가 되었다는 표현에서다. 기록을 비교하든, 승패를 가리든, 스포츠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대는 AI가 아닌 인간이다. 정신이 아닌 신체적 능력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이긴 지 이미 오래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간들 사이의 경쟁을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 선발투수로 시속 300km를 던지는 베팅머신이 등판했다고 가정하자. 9회는커녕 리그가 끝날 때까지 어떤 타자도 그 공을 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야구의 목적이 '최고의 공을 던지거나 쳐내는 것'이 된다면, 우리는 야구로 기계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투수의 역투와 타자의 반격, 궁극적으로는 경기의 승패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다. 인간보다 기계가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선수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공정한 경기와 실력 향상을 돕는 보조자로 기능한다.  테니스의 '호크아이'시스템이나 축구, 야구의 'VAR'제도 등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어 공정한 판단을 돕는다. 카타르월드컵에서 황희찬 선수가 입었던, 스포츠브라로 오인받은 조끼의 정체는 선수의 경기력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을 돕는 기기였다 결국 '인간과 인간의 대결'인 스포츠에서 AI나 다른 기술이 인간을 능가한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글쓰기에 대한 제목을 쓰고는, 계속해서 스포츠를 가지고만 이야기했다. 경쟁이라고 보기 어려운 글쓰기에서는 상관이 있지 않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브런치에서는, 나아가 에세이 장르만큼은 '인간'이 쓰는 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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