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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Feb 09. 2023

AI가 글을 더 잘 쓰면 브런치를 그만둬야 할까?(2)

독립출판물의 생존 무기, 진정성

필자가 수집(?)하고 있는 독립서적들


(1편에서 계속)



다른 이가 대체할 수 없는 글


바둑을 두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AI의 역할이 달라지듯, 글을 쓰고 읽는 목표에 따라 AI의 역할은 달라질 것이다. 현 수준에서도 대체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글들은 보고서나 판결문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객관성이 필요한 것들이다. 또한 글의 책임자가 반드시 작성자일 필요도 없다. AI가 만든 초안을 점검한 후, 본인이 책임지고 상사에 보고하거나 판결을 내리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들 분야에서는 오히려 AI 덕분에 업무가 줄어들기에 도입에 적극 찬성할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이지만, 그리고 저마다 관점도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과 시나리오 같은 문학 작품도 AI가 쓰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미 그림을 그리는 AI가 인간들을 제치고 미술대회에서 우승하는 시대다. 아직은 인간이 그린 그림을 학습해야 하지만 곧 '알파고 제로'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등장할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정석 바둑'이 AI에게 무너지듯, 어쩌면 원근법과 같이 절대적으로 여겼던 미술 기법들을 뛰어넘는 방법이 AI에게서 나올지도 모른다. '그림과 다르게 글은 훨씬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대체가 힘들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체스는 졌지만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바둑은 다르다'라고 믿었던 과거의 우리들을 떠올려보자. 


그렇다면 에세이 장르에서도, 키워드나 본인 서사를 입력하면 AI가 멋진 글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생각이 다르다. 브런치를 포함한 에세이 장르에는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다'는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AI든 사람이든 상관없이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쓰는 순간,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이야기에 왜곡이 발생한다. 스스로가 작가이자 독자가 되는 에세이인 일기를 생각해 보자. 일기를 타인이 쓰는 순간, 그것을 일기라고 부를 순 없을 것이다.



독립출판물을 찾는 이유, 진정성


지금까지는 '글쓴이'의 측면에서 브런치가 AI에 대체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글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읽는이'도 반드시 필요하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 굳이 글쓴이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분명 듣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브런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진솔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작품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바로 독립출판물이다. 독립출판은 저자가 책의 기획부터 글쓰기, 편집, 발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스스로 진행해서 책을 발간하는 것이다. 부끄끄나 텀블벅처럼 플랫폼 지원을 받는 것도 독립출판인지 논란이 있다지만, 이 글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출판사의 도움 없이 책을 발간하면 독립출판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좋은 글'을 보고 싶은 독자 입장에서 독립출판물을 선택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2022년에 발행된 신간은 총 64657권, 하루에 약 177권이다. 물리적으로 다 읽을 수 없어 그 많은 책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일반적인 책은 출판사의 검증, 편집을 거치고, 독립출판물은 그렇지 않다. 전문적들의 손길이 닿은 텍스트가 읽기에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독립출판물의 가격은 일반적인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교할 수 없는 공급량의 차이 때문이다. 결국 독립출판물은 가격 대비 콘텐츠의 질적 보장이 부족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독립출판물은 적지만 여전히 발간되고 있고, 이를 찾는 사람도 존재한다. 저자의 생각이 온전히 반영된, '진정성'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실제로 여러 권의 독립서적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정말 솔직하다'는 것이다. 타인이 개입하게 되는 기존 책들에게서는 받을 수 없는 기분이다. 브런치에 있는 글 역시 마찬가지다. 글의 완결성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솔직한 감정'을 읽고 싶은 독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AI가 더 좋은 글을 만들더라도, 더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의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벌써부터 글쓰기를 그만둘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좋은 글,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 간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문학작품들은 여전히 인간에 의해 쓰일 것이다)



결론 :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본질, 사회적 관계


두 편의 글에서 각각 인간과 인간이 대결하는 스포츠, 인간이 인간에게 진정성을 표현하는 에세이는 AI 발전과 무관하게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두 분야 모두 사람들 간 어떤 형태든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EBS 위대한 수업 인터뷰에서 "간호사보다 의사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의사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형태의 직업인 반면, 간호사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우리가 써내려야 할 글은 멋지고 화려한 글, 기술적으로 잘 쓴 글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솔직함이 잘 전달되는 글'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알파고 이후 프로바둑계의 변화(번역) - 이바닥늬우스 

https://ebadak.news/2020/08/30/impact-of-go-ai-on-the-professional-go-world/


책값 평균 1만 7116원 4%↑...'2022 한국출판연감'   - 뉴시스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21219_0002128553#_enlipl


AI로 대체되기 가장 쉬운 직업은? (유발 하라리) - EBS                    

https://www.youtube.com/watch?v=MYygMVtxy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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