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 지음
파리를 대하는 주변의 반응은 극과 극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에펠탑과 몽마르트르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이번 여름에도 낭만의 도시와 함께하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는다. 같은 도시를 누군가는 더러운 거리, 불편했던 숙소, 그리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로만 기억해 낸다. 여행이라는 단편이기에 커질 수밖에 없는 감정의 높낮이. 도시와 6년을 함께한 작가는 일상이라는 장편으로 파리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움도 혼란스러움도 도시의 모습이었고, 감정의 기복도 점점 폭이 줄어들게 된다.
책을 읽었던 날은 마침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었고, 머물렀던 장소는 유럽 분위기를 물씬 내는 카페였다. 관광객들은 잘 보지 못하는 파리의 우중충한 겨울을 작가와 함께하는 것만 같았다. 익숙해지고, 무뎌지고, 때로는 우울해져 버린 파리지만 반짝이는 에펠탑만큼은 여전히 파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올라가야 덩그러니 보이는 에펠탑. 저자에게 에펠탑이 그리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에는 이 기묘한 역설이 한몫했을 것이다.
애정, 보다 정확하게는 애증(愛憎)을 느낀 도시였기에 한 권의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나 역시 머물렀던 도시에 대해 책을 쓸 수 있을까. 인생의 절반을 보낸 고향, 그 남은 절반의 대부분을 함께한 도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 그 어디에도 아직은 매일 보고 싶은 공간이 탁 떠오르지 않는다.
에펠탑을 내 손에 잡아 본다. 잡으면 잡힐까.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잡히지 않는 걸 잡으려는 건 내가 잘못한 건가. 시도만 해도 괜찮은 거잖아. 애초에 안 되는 것은 누가 정해 놓은 걸까.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