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나아진다는 기분
7시 반. 알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대수롭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지만, 이걸 다시 경험하기까지는 8개월이 걸렸다. 일찍 일어나면 '알람을 끌까요?'라고 묻는 휴대폰 덕분에, 늦게 자버리면 수면제의 강력한 힘 덕분에 알람소리를 듣지 못했다. 오랜만에 느낀, 개운한 아침이 주는 상쾌함을 느끼며 평소보다 한 타임 일찍 요가 수업을 들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를 미워하지 말자'라는 명제를 조금씩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를 생각하고, 불편함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용기를 기른다. 타인의 시선으로 지독하게 기울어진 무게추를 천천히 반대로 당겨본다.
반년 전 떠났던 제주 여행. 분명 그때는 즐거웠는데, 사진 속 인물의 표정은 어둡다. 그때 느낄 수 있던 기쁨의 최고 수준은 오늘 아침의 상쾌함보다 낮다. 오늘의 상쾌함도 아프지 않았던 지난날에 비해서는 별것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발짝 더 회복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지금 보이는 한 줄기 빛이 천장에 뚫린 구멍이 아니라, 보이기 시작하는 동굴 끝에서 나왔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