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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Apr 07. 2023

명상(물리)의 힘 - 나는 회사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

이번 주 요가는 유난히 힘들었다. 수십 년간 쭈그려 앉은 덕에 굳건해진 굽은 등과 라운드 숄더를 풀어내는 동작들은 고통이었다. 오늘도 마지막 자세가 끝나고 문자 그대로 '시체자세'를 취하며 널브러져 있었다. 문자 그대로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갑자기 머리가 번뜩이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직도 왜 회사 생각을 하는 게 힘든지에 대한 깨달음이 지나갔다. 


정신과 상담치료에 심리상담까지 병행해 가면서 여러 가지 원인들을 살펴보았다. 경직적인 분위기, 잘못된 인정욕구, 삶에 대한 번아웃까지... 그러나 하나하나 잘못된 마음가짐을 알아차리고, 교정을 해도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회사 앞에만 가면 심장이 뛰고 관계된 전화만 와도 받는 것이 무서워진다. 요가에서 얻은 깨달음은 그 답을 '주체성을 잃어버린 업무'에서 찾고 있었다. 


회사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건 잘 안다. 문제는 그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전혀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A를 하기 위해 출근하면, 전날 제출한 B에 대한 보완지시가 내려진다. 이윽고 유관 부서가 C를 해달라고 부탁(을 가장한 명령)하고, 다른 부서와는 D가 내 일인지 네 일인지 다투어야 한다. 숨을 돌리면 외부에서 지적 또는 요청받은 업무 E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원래 해야 했던 A는 전혀 진전이 되지 않았다. 결국 야근을 해서 매워야 하는데,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조금 키보드를 두드리다 답이 없다 싶어 짐을 싸버린다. 다음 날 또 같은 일이 반복되고, A를 기다리던 부서장의 낯이 점점 어두워진다. 


뇌가 과부하를 일으켜 글 읽기조차 잘 되지 않는 상황. 여러 가지 업무로 머리가 파편화되는 끔찍한 경험이 아른거린다. 돌아가면 어디로 배치 받든 지 같은 것들이 반복될 것임을 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일 잘하는 회사원'처럼 일을 장단기로 나눠 중요도대로 해치우는 교과서적인 해결책을 쓸 수 없었다. 이런 날 자체가 너무 많았고, 각각 요청들의 기한도 너무 촉박했다. 


내가 스스로에게 실망한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남들은 어떻게든 버텨내는데, 왜 나는 버텨내지 못할까. 경험의 부족도 있었고, 스스로부터 지고 들어간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요소가 있었다. 리듬의 차이였다. 시험공부를 할 때 항상 나의 템포대로 공부스케줄을 짜야 결과가 좋았던 것을 기억해 냈다. 회사의 템포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비틀거리던 나를 처음으로 다운시켰던 순간이 기억났다. 금요일 5시에 전달받은, 그 주 일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였다. 


요가 수련의 고통(?) 덕분에, 내가 회사가 힘든 이유에 대한 작은 '돈오(頓悟)'를 해냈다. 좀처럼 들어가지 않던 실이 마침내 바늘귀를 통과했다. 아직 바느질은 시작도 못하고, 꿰맬 상처는 너무나 벌어져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바느질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음 주 진료와 상담은 조금 더 정신을 맑게 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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