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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Sep 26. 2022

여행지에서 걷는 즐거움

여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계획에 빈틈이 늘어나고 있다.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음식만 대강 정한 후, 여행지에서는 상황에 따라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벌어진 일정 사이를 채우는 것은 여행지의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는 시간이다. 돈이 부족하던 배낭여행 때 들었던 습관인데, 이제는 여행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지를 걷는 것은 여행의 본질인 '즐거움'을 지키는 행동이다. 물론 즐겁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바쁜 일정을 세우고 지키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의무감과 피로함이 더 컸던 적이 많았다. 게다가 여행을 계속 다니면서 유명 관광지의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랜드마크가 주는 신선함보다는, 북적이는 관광객과 상인들이 만들어내는 지루함이 커졌다.


걷는 행위에는 목표가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다 보면, 우연히 만나는 사람과 장소에서 여행지의 특별함을 발견하게 된다. 평소와는 다른 일상의 풍경과 주민들의 삶의 모습. 길가에 있는 가게에서 만난 때 묻지 않은 친절. 우연히 마주친, 유명하진 않지만 지역의 역사가 녹아 있는 건물들까지. 이 모든 것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은 일상의 때를 벗고 신선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지난 2년간 우리를 슬프게 했던 코로나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 바깥에서는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 수 있고, 방역으로 인해 잠겨진 해외여행의 빗장도 점차 열리고 있다.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또 다른 여행지를 걸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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