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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Nov 01. 2022

쓰다 보니 만든 책, 책을 위해 쓰는 글

브런치 2개월 차의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참여 후기

브런치 북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의 서재에는 2개의 작품이 제출된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다. 저자가 같다는 것 이외에는 쓰게 된 동기도, 글의 상황과 분위기도 전혀 다르다. 공모전 기간이 끝난 김에, 전혀 다른 페르소나로 써 내려간 두 브런치 북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적어보려 한다. 


<우울한 나는, 질병 휴직한 회사원> 은 원래는 블로그에 쓰던 글이다.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브런치에 글을 한번 더 퇴고해서 올리는 식이였다. 브런치는 처음이었기에 브런치 북이라는 개념도, 브런치 북 프로젝트도 염두하지 않았다. 단지 현재의 상태를 바라보고, 치유하기 위해 쓴 글들을 모으다 보니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써 내려간 18편의 글을 모아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주제를 잡고 글을 써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버거웠다. 체력과 정신력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인지 한 편 한 편 쓸 때마다 문자 그대로 녹초가 되곤 했다. 


어쨌든 한 달만에 첫 작품이 나왔다. 나름대로 나에게는 충실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브런치 북이 남에게까지 좋은 글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우울증'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브런치의 글 중에서 이 글이 그렇게까지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직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 것은 차치하고, 애초에 책을 위해 만든 글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니 모여서 엮인 책이라는 점도 클 것이다.



반면에 <공공기관 신입이 유튜브를 맡는다면> 은 처음부터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를 위해 개요를 짜고 시작했다. 예전부터 꼭 한 번 관련 경험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한 소재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던 시간이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첫 브런치 북을 마치니 9월이 다 지나갔는데, 기본 원고도 없는 상태에서 한 달 만에 최소 10편의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 굳이 응모를 하지 않고 쓰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이 경험을 글로 정리하기 귀찮아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글이 좀 부족하더라도 소재가 참신한 이 주제가 선정될 확률이 0.1%라도 높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시다시피 브런치 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최소 10개 이상의 글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사건을 글로 써야 할지 고민하고 목차를 잡았다. 그래도 두 번째라고, 요령이 생기고 욕심이 커지는 바람에 어떻게 하면 글이 흥미로워질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실제로 작업한 콘텐츠들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브런치 북의 제목만 묶어도 '질병 휴직한 공공기관 직원'이 특정되는 마당에, 기관까지 밝혀버린다면 너무나 쉽게 정체가 들통난다. 현재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 굳이 신분을 노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로 레퍼런스를 쓸 수 없었고 내용도 보다 자세하게 풀어내기 어려웠다.  


일정에 맞추기 위해 쓴 글이기에 완성도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카카오 서버 장애로 기간이 1주일 연장된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일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브런치 북을 완성하고 공모전에 내면서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컸다. 소재는 재미있을지라도 글의 완성도와 진정성은 첫 번째 작품보다는 많이 떨어진다. 처음부터 글이 아닌, 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어떤 한계가 생기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두 브런치 북은 작가의 손을 떠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지금 발표를 기다리는 감정은 정확히 로또 1등 당첨을 기대하는 심정이다. 현실성은 별로 없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을 거둘 수 없으니 말이다. 공모전은 끝났지만, 글쓰기라는 삶은 이제 걸음마를 막 뗐을 뿐이다. 그래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두 달 만에 40편의 글을 쓸 수 있었다. 대부분 한 번 이상 퇴고를 거쳤으니 나름대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다. 당분간은 여러 가지 주제와 방식을 활용해서 글쓰기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한 번 붙잡으면 2~3시간 엉덩이가 아플 때까지 집중하게 되는 글쓰기가 제법 재미있다. 어쩌면 인생에 다시없을 소중한 기회이니만큼,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집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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