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생각하는 00년생
브런치에서 임홍택 작가님이 <00년생이 온다>를 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작 <90년생이 온다>가 세상에 나온지도 5년이 되어가니, 이제 슬슬 '올 것이 왔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00년생이 이미 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일반적인 00년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가 2019년이니,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한 00년생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어쨌든 윗세대 분들은 90년대생도 감당이 안되었는데, 00년대생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80년대 '낀세대'분이 느낀 90년대생에 대한 소감들에서 영감을 얻어, 90년대생이 느낀 '00년생'은 어떤지 한 번 적어보기로 했다.
0. 내 안에서 점점 커지는 미국인 비율?
9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익숙해진 시기가 점점 앞당겨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90년생인 나는 초~중학교 때 접했고,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00년생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인터넷은 당연한 것이고, 초등학생 때 이미 스마트폰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단적으로 말하면, 90년대 생보다 00년대생의 생각이 조금 더 미국인스럽게(?) 변해진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앞으로 사회적으로 화두가 될 내용은 아래 세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조직 < 나 의 부등호는 더 커진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 역시 기성세대로 취급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내용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그때 문제가 된 내용은, 남북 단일팀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부 우리 측 선수들이 북측 선수들로 교체되어 명단에서 제외가 된다는 점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를 비롯한 또래들까지는 '안타깝지만 국가를 위한 일이라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라는 생각이 컸는데 비해 저 학번일수록 '국가의 필요로 개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정체성을 형성하는 청소년기 때 노출되는 교육과 미디어의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90년대생과 달리, 00년대생은 청소년기 때 이미 글로벌한 문화와 개인화된 미디어에 노출되었다. 일례로, 2010년대 이후로 점점 '국민드라마', '국민곡'과 같이 모두가 보편적으로 아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중요성도 점점 강조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90년대생을 보고 '직장보다 자신만을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곧 직장에 오거나 이미 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참고 : 슈카월드, '제목만 봐도 귀에 들렸던 국민곡이 사라지고 있다? 파편화되는 음악 시장>
https://www.youtube.com/watch?v=uwsxI-4UgKo
2.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개인적으로 기성세대의 세계인 직장에서 적응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바로 '고맥락적 표현'이다. 부장님이 A를 말하면 B~C, 심지어 E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개인의 센스, 혹은 일머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의 고맥락적 대화는 00년대생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불과 10년 전에 비해서 우리나라 사회는 굉장히 체계화되었고 규칙과 시스템이 확고해졌다. '불문율' '관습' 등으로 표현되던 것들이 이제는 시스템에 명문화되거나, 부조리로 취급되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양에 비해 서양권의 문화는 확실히 '저맥락적'인데, 시대가 지날수록 서양권의 문화에 더욱 익숙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명시되지 않은, 시스템의 테두리 밖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적으로, 교사의 처벌과 훈육이 아니라 벌점과 징계위원회를 통해 시시비비와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진 세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옛 CM송은 이제 정말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로 바뀌고 있다.
3.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어디까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하는 수준까지.
젊은 세대가 '공정'을 중요시한다는 말은 이미 유명하다. 그래서 왜 공정이 중요한가에 대한 담론은 전문가들의 많은 날카로운 분석이 이미 나온 것 같다 (아예 임홍택 작가가 이 주제로 쓴 책도 있다). 그런데 이 공정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까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기성세대가 많은 것 같다. 가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다음의 사례를 말씀드리곤 한다.
요즘에 대학교 학생회에서 당첨자 이벤트를 하면, 당첨자 발표 이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당첨자 추첨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다. 과정을 공개하지 않으면 결과 발표를 해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학생회의 이벤트에서는 절대로 '짬짜미'식 운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 정도로 서로 믿지 않는가'라는 한탄을 하시는 분들이 제법 있다. 그런데, 아마 당돌한 젊은이는 이렇게 반격을 할지도 모른다. '믿을 수 있으면 그냥 공개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막상 써 놓고 보니 00년생이 90년생과 크게 다른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80년대생들이 90년대생들에게 쓴 글에서 '우리 때는 생각만 했던 내용인데, 이제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는 내용을 제법 보았다. 마찬가지로 그 당돌한 90년대생들도 생각만 했던 내용을 00년대생은 당당하게 말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로, 우리 세대가 커피라면, 다가올 세대는 T✳︎P라는 말을 하고 싶어 쓴 글이다.
제목과 서두에 자극적인 맛을 첨가하다 보니 <90년생이 온다>를 꽤 많이 썼다. 무슨 말만 하면 'MZ 프레임'으로 엮여버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 세대를 이해하고 싶은 선배들에게 유용한 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올 <00년생이 온다> 역시 나를 포함하여 00년대생을 진심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또 따른 길잡이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