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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Dec 10. 2022

선택의 무게는 곧 고민의 무게

선택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때, 그리고 빠른 시작이 중요할 때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하나는 선택을 하기 전 모든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본 후에 판단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단 감으로라도 선택을 먼저 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두 방법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나의 경우 선택이 가진 크기, 그러니까 '앞으로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했다.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고민은 신중히


그동안의 삶에서 가장 심사숙고했던 결정은 바로 대학생 때 시험을 준비한 일이다. 몇 년간 삶의 거의 전부를 투자해야 하는 시험이었기에,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했다. 가장 먼저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았다. 내가 시험공부에 쓰는 시간은 다른 사람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경험과 역량을 쌓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소위 '합격 각'이 나오는지도 고민했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단순히 공부라고 뭉뚱 거리기에는 시험들마다 필요한 적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과 특성상 친구들이 많이 도전했던 회계사 시험의 경우, 꼼꼼하게 숫자를 다뤄야 한다는 점과 유사한 여러 과목들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지루함이  정확하게 숫자를 다루는 부분에 약점이 있어 도전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혹시나 실패했을 때 출구전략이 있는지, 기한을 몇 년을 잡고 공부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래서 거의 한 학기를 관련 전공을 듣고, 집에서 기출문제를 보며 준비가 되어있는지 먼저 따져보았다. 이렇게 충분한 고민을 하고, 결과가 '준비가 되었다'로 나왔기에 막상 시험공부를 시 작고 나서는 앞만 보고 달려 나갈 수 있었다.



삶을 뒤흔들 정도가 아니라면 일단 시작부터


반대로 큰 고민 없이 일단 시작하기로 해 본 것은, 바로 지금도 하고 있는 이 글쓰기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써라'를 강조한다. 물론 처음에 많은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무얼 주제로 써야 할까, 쓰면 사람들이 보기는 볼까?, 이걸 쓰는 게 의미는 있을까?' 처음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실제로 들었던 고민이다. 


그런데 심사숙고를 해야 했던 시험 진입과 다른 점은, 바로 고민의 무게다. '신춘문예에 반드시 당선해서 등단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별론이겠지만, 글쓰기는 그냥 써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하면 된다. 이걸 포기한다고 해서 인생에 평지풍파가 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글쓰기를 시작했고, 어쩌다 브런치에까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만일 시험공부를 시작하기 전처럼 여러 가지를 따지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여부를 생각한다면 아직 한 글자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비슷한 생각으로 시작한 독립 서적 리뷰 인스타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중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생각난 것을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고민을 시작하면 끝없는 물음표에 휩싸이곤 했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를 독립 서적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업로드 속도와 콘텐츠의 질은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이 질문들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냥 시작하고 있다. 만일 해보다가 이게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그만두면 된다. 시간이 아까울 수 있지만, 그보다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해버린 일에 대한 후회보다 크다'는 격언을 믿는다.



결국 선택으로 인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바로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정도가 된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막상 글로 풀어 보니 '도대체 누가 이걸 몰라서 힘들어한단 말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그 선택이 가진 무게를 제대로 잴 수 있는 저울을 우리는 각자 지고 있어야 한다.


인생의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는 시험공부에 별생각 없이 뛰어들다 보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질 수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여러 가지 시험을 그냥 찔러보았던 사람들 중에 커리어가 꼬여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반대로, 문제 되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한 큰 책임이 필요 없는 글쓰기, SNS 운영 같은 일을 괜히 잘하려고 고민하다 보면 그 시작이 점점 늦어지거나,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에게 선수를 빼앗기게 된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에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빨리 시작하는 것이 제대로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할지, 혹은 변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할 것이다. '가지 않은 길'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리뷰를 적어보는 일은 계속하면서 계속해서 방향을 수정해 나갈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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