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초코숲 Nov 24. 2022

인생은 Why가 아닌 How라는데요?

Golden Cricle (출처 : Wikimedia Commons)


위 그림은 Simon Sinek이라는 사람이 TED에서 발표한 리더십 강연에 등장한, 일명 'Golden Circle'이라 불리는 이론을 도식화한 것이다. 그는 '무엇'부터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람과 달리, 성공하는 리더는 항상 '왜'부터 고민을 시작한다고 했다. 위대한 기업가들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에는 항상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쓴 <매니지먼트>를 보다 밑줄을 쫙 그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기업의 목표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다'


골든 서클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나서 많은 것이 변했다. 살다가 마주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대부분 원인을 찾다 보면 실마리가 함께 떠오르곤 했다. 특히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이 그림이 요긴한 도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오늘 쓰고 싶은 글은 저 골든 서클에 대한 찬양이 아니다. 오히려 이걸로는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감정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다.


계속되고 있는 우울과 불안에 대해 수많은 책과 유튜브를 보며 그 이유를 찾았다. 나에게 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생겼는지, 왜 회사 앞에 가면 아직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지, 사람을 피하려 하고 자주 무기력해지는지  그 이유를 손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Why'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How'와 'What'이 보이는 일은 적어도 이번에는 없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문제를 바라보게 해 주는 도구이기에, 감정의 문제를 바라보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년 간 믿었던 문제풀이가 정답이 아니라는 혼란을 해결해 준 것은, 우연히 독립서점에서 산 책에 있던 구절 하나였다.


법륜 스님이 말씀하셨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으려 하면 찾지 못할 게 분명하다고 하셨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못 찾게 되면 결국 죽을 이유를 찾게 된다는 것이었다. 
- 출처 : <80년대생들의 유서>, 홍글 지음


문장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골든 서클이 쪼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은 '일'이 아닌 '삶'과 관련된 문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지만, 살아가는 데는 이유가 없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지금 문제를 바라볼 때 가운데 있어야 하는 단어는 'Why'가 아닌 'How'인 것이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다시 한번 질문을 바꿔 생각해본다.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회사 앞에 가면 터질 것 가슴을 붙잡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무기력한 날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답은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오늘도 써 내려가는 브런치를 포함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저리 모닝 (Misery Morn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