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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Nov 30. 2022

<80년대생들의 유서> 리뷰


* 독립출판 리뷰 인스타그램 계정 ➡️ indie_bookreader


<80년대생들의 유서 (홍글)> 

출근길, 차를 보며 '저기에 치이면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 3개월 휴직을 했지만, 나를 아프게 만드는 환경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에 저자는 퇴사를 선택했다. 인생 2막을 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 저자는 80년대생 14명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유서를 책으로 담아내었다. 


'우울함이 있는 80년대생'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직업도, 성장 환경도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었다.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았다. 부모님이, 학교가, 사회가 시킨 대로 살다 보니 진짜 나를 잊어버리게 되었다는 말. 그래서 이제는 나를 찾고 마음이 이끄는 길을 가고자 한다는 말. 또한 인터뷰 끝에는 저마다 쓴 유서가 있었다. 삶의 무게를 버티기 힘들었을 사연도 제법 있지만, 그래도 살아서 행복했다는 말이 제일 많았다.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살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까지 주위에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에 들어있던 것은 '희망'임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14명에 대한 인터뷰 중 개인적으로는 행정고시를 포기하고, 헬스 트레이너 일을 하다 병이 생겨버린 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1인분만 하고 싶다. 그 1인분이 참 힘들구나'는 그분의 외침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하고자 하는 걸 '잘'해내지 못한 것이 삶의 가치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닌데... 그러면서도 1인분을 하지 못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이미 우리 모두의 마음에 박혀있는 결과지상주의 때문이 아닐까.


책의 말미에서, 타인의 고통을 비교하는 실수를 할 뻔했다는 저자의 고백이 있다. 나 역시, 다른 우울증 사례에 비해 양호한 분들이 많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결국 이런 생각의 끝에는 '그 정도는 의지로 이겨내야지'라는, 우울증 환자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정신이 담겨 있는 셈이다. 


책과 함께 들어 있는 Ending Note에는 저자가 인터뷰에서 건넨 질문들이 정리되어있었다. 모든 답변이 끝나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자신의 유서를 쓸 수 있는 공란이 나타난다. 리뷰를 위해 나의 유서를 써보려다, 지금은 놔두기로 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동할 때 노트를 채워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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