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0페이지. 가벼워 보이는 외형이지만, 필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곱씹은 글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다만 보는 사람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사연이 많이 수록된 책은 아니라, 차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수록된 많은 글들이 사랑과 이별에 집중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봤던, 유사한 느낌을 주는 책들은 대부분 주로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로아티아의 실연 박물관을 다녀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똑같은 공간을 다녀온 적 있지만, 당시 헤어짐이라는 슬픔이 없었던 나에게는 그저 눈요기에 지나지 않았던 장소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남아있는 옛 연인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누군가의 슬픔이 다른 이에게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표지 선택이 참 좋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파도를 바라보고, 읽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작가와 나의 생각을 비교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마침 프롤로그에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문장이 있다. 어쩌면 책을 직접 만들어 세상에 말하고 싶은 저자의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