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지음
독립서적을 읽다 보면, 표지와 디자인에 관계없이 'blue'한 감정의 색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한 책들이 서두에서 가지는 키워드는 대부분 '퇴사'다. 이 책의 이야기 역시 퇴사로부터 시작된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에서,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책방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도 '일'이기에, 즐겁고 재미있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책의 초반부에는 독립 서점을 운영하며 생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휴무가 끝난 목요일에 천근 같은 몸을 이끌고 출근하고, 계획해둔 북 토크 행사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여 전전긍긍한 기억, 그리고 손님이 아닌 '손놈'들을 대하는 스트레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그만두고 싶다'라는 표현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글의 시야는 책방에서 이웃들, 남해, 그리고 관계를 맺는 수많은 사람들과 생명으로까지 확장된다. 시골이기에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는 로드킬에 대한 분노, 내 마음의 불편함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최선을 다하는 채식 지향인의 모습.
책 구성 측면에서는 힘주어 말하고 싶은 문장 하나를 따로 타자기로 써 한 페이지에 배치한 점이 좋았다. 오래된 격언으로 보이게 하는 글씨체 덕인지 문장의 힘이 더 강하게 독자에게 전달되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책을 구매할 때 서점 사장님께서 '아마도 책방은 문을 닫았다'라고 귀띔해주셨다. 책이 소개한 장소로는 갈 수 없지만, 그 장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잘 전달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여행을 하다 독립서점이나 소품샵 같은 작은 공간을 방문하면, 그곳에 담겨있는 주인의 생각과 마음을 느껴보는데 조금 더 집중해보기로 다짐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방향에 대해서만큼은 무뎌지고 싶지 않다. 계속 촉을 세우고 반응하고 배우며 예민함을 키워가고 싶다.
* 독립출판 리뷰 인스타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indie_book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