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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Dec 16. 2022

<우울증과 홈파티> 리뷰

김림 지음

우울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세상과의 소통을 점점 차단하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기에 무기력해지는 것도 있고, 우울한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기도 하고, 이유는 다양하다. 저자에게도 역시 조금은 힘들었던 가족사(史)에서 기인한 우울증이 있다. 의식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에너지의 방향이 끝없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글쓰기로 내면을 파고드는 것은, 광장을 나서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숙명인 것만 같다.


다만 마음의 창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개최하는 홈파티는 그 창을 잠시 열고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저자의 노력이다.  홈파티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세상으로 나가려 하니 와인바를 차리고, 독서 모임을 하고, 독립출판물을 냈다. 속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핵인싸’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행보다.


저자는 고통이 있었기에 글을 썼고, 글이 만족스러울수록 자신의 어두움만이 부각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러나  비슷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억지로 하얗게 꾸미려 하지 않는 진솔함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감정’이 독립출판물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임을 점점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책인데, 작가의 강연회를 통해 처음으로 독립출판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픔과 어려움을 진솔하게 표현했지만, 한편으로 너무 늦기 전에는 집에 돌아와야 한다’고 했던 작가의 말. 그것이 주는 울림이 이 계정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걸음 내딛는 것에만 집중한 채, 그다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밤이 오기 전에만 오를 수 있어서 아주 느리다. 밤은 지겹게도 돌아오지만, 우울증인 사람도 하고 시은 걸 해낼 수 있었으면 해서.


* 독립출판 리뷰 인스타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indie_book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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