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유 지음
제목이나 목차만 봐도 읽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는 책이 있다. '서른셋쯤 기분이 수상해진 또래들을 위한다'는 문장을 보자마자, 강렬한 끌림을 느끼며 곧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책은 서른셋, 여자, 사람이라는 세 키워드로 나뉜 33편의 글로 구성되어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글도 좋았지만, 특정한 사람이기에 쓸 수 있는 앞의 두 주제에 대한 글은 조금 더 특별하게 와닿았다.
첫 키워드인 '서른셋', 그 애매한 나이를 함께 공유하고 있기에 쓴웃음을 짓는 대목이 많았다. 서른이 지나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건강검진을 가면 조금씩 이상소견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 지금까지의 '애매한' 삶을 돌이켜보면서도 조금씩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워나가는 시기. 이 슬프고 아름다운 나이를 함께한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으로 남았다.
반대로 결코 나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여자'에 대한, 아니 여자이기에 당해야 했던 글을 읽으면서는 막막함을 느꼈다. 남성이기에 느낄 수 없었던 '택시 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몇 년 전 <82년생 김지영>으로 독서토론을 할 때 후배들에게서 똑같이 들었던 말이다. 성별이 다르기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기로 다짐해본다. 그것은 누군가의 예민함을 무던하게 넘기지 않는 것. 함께 예민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지금까지 읽었던 독립출판물과는 조금 다름을 느꼈다. 유연함보다는 단단함으로 다가오는 글이 많았다. 무엇 때문 일지 고민하다가 '작가 소개'란에서 답을 찾았다. 작가는 우유부단하던 시절 지은 필명과 달리 날이 갈수록 단호해져서 난처하다고 했다. 그 단호함이 문체의 힘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人 Between - 그러니까 중간인인 삶도 마냥 구리지는 않은 것이다. 결국 누구나 16,777,216 중 하나의 코드만을 손아귀에 질 수 있을 뿐, RGB 팔레트에 정답이라는 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