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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Dec 12. 2022

텍스트 심리상담을 끝내며

지난주 금요일을 끝으로, 텍스트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처음엔 50% 할인 쿠폰이 있어 가볍게 시작했는데 4번을 연장하면서까지 진행했다. 대면상담에 비해서 정보가 부족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소감도 정리할 겸 글로 후기를 남겨보기로 했다.


우선 텍스트 상담이 뭔지 잠깐 소개하자면,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을 하면 상담사 선생님이 배정되고, 간단한 심리검사를 받은 다음에 본격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사 쪽에서 미션이나 질문을 주면, 그것에 대해 답변하고, 다시 답변에 대해 상담사의 코멘트가 이어지면서 상담이 계속 이어진다. 시간 이외에 횟수의 제한은 없다고 설명이 되어있었으나, 현실적으로는 고민하고 답변하는 시간이 있어서 하루에 1번 정도 상담내용이 오가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 텍스트 상담을 선택했던 가장 큰 동기는 사실 금전적인 부분이다. 조사를 해 보니 오프라인 심리상담센터를 이용하면 적어도 회당 10만 원 이상은 생각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 텍스트 상담의 가격은 4주에 15만 원이었고, 첫 달 쿠폰을 활용하면 채 10만 원이 되지 않았다. 하루 상담 비용으로 한 달 상담을 할 수 있으니 가성비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필요할 때, 궁금한 게 생길 때 바로바로 일단 텍스트로 남겨놓으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대신 대면 상담에 비해 소통의 방식, 할 수 있는 내용의 한계가 있는 점은 감안해야 했다.


워낙 처음에 낯을 가리기도 하고, 인정 욕구도 심하고, 건강한 멘털이 아니기에 처음부터 편하게 연락하지는 못했다. 담당 상담사 선생님도 이 점을 인지해서인지 한 번은 '혹시 저한테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터놓고 말하지 못하시는 건 아닌지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래도 대면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반응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대화를 진행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상담은 나의 과거의 일들에 대한 상처와 그것들을 극복하게 돕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던 이야기. 대학교 동아리 회장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된 이야기. 회사에서 고립되었던 이야기 이 3가지를 지겹도록 이야기했다.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하면서, 과거의 감정을 제대로 해소하지 않았던 것이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중간에 '우리가 지금 왜 상담을 하고 있는지, 내담자께서 상담을 통해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질문받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휴직기간이 다가오면서 연장을 해야 할지, 연장을 한다고 해서 할 수 있을지, 그 뒤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멘털이 심히 안 좋았었다. 그 점이 답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니 상담사님은  표류하고 있는 상담의 방향을 한 번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그 질문을 되새겨봤다. 마침내 지금 필요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것임을 깨달았다.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 비대면 텍스트로 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다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용권 만료를 이틀 앞두고, 심리상담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 상업적으로는 그저 재화와 기간제 서비스를 교환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연장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종료된다. 굳이 불편하게 직접 연장 거절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없었다. 아마 과거의 나였다면 그 불편함을 참을 수 없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불편함을 이겨냈다. 이 말을 전달하자, 과거와 다른 시도를 하는 모습에 반가움이 느껴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지막 날은 서로 소감을 이야기하고 감사 인사를 나누며 편안하게 상담을 마무리하였다.


끝나고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이렇게나 많이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상담사님의 미션과 질문 하나하나가 결국 나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것들이었기에 답변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치료와 활동을 같이 했었기에 텍스트 심리상담 만의 효과를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6개월 전보다 지금 훨씬 편해진 심리상태를 만들어 나는데 기여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상담은 종료되었지만 대화의 기록은 아직 어플에 남아있으니, 가끔씩 생각나면 다시 질문과 답변을 보며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무엇을 같고 무엇을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알아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힘들어하던 나를 성심성의껏 도와주신 상담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다시 한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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