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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Dec 19. 2022

송년회 없는 행복

12월은 다들 바쁘다. 회사든 개인이든 1년을 돌아보며 결산을 한다. 그리고 그 결산보다 더 중요한 행사, 송년회를 한다. 특히나 지난 2년은 여기저기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으니 얼마나 다들 모이고 싶을지 훤하게 보인다. 어쩌다 연락이 닿는 친구들 중에 핵인싸 녀석들은 매일매일 계속되는 술자리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란다.


올해만큼은 이 흐름에서 철저히 빠져나와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안 본 지 꽤 됐긴 하지만, 특히 이번 달에는 정도가 심하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모임을 가진건 딱 하루, 친구의 청첩장 모임이 전부였다.  카톡에서도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 방 2개를 빼면 조용하다.


작년까지는 송년회가 있으면 되도록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사회생활이라는 압박감이, 누가 불러줬는데 안 가면 섭섭할까 걱정하는 마음이 섞여있었다. 때로 재미있는 자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항상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은 것은 허무함 뿐이었다. 회사 사람끼리 모이면 자연스레 나오는 이야기들. 'A는 내년에 부서이동을 할 거다.' 'B는 같이 일해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힘들었다. 누군가는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가는 나름대로 '배려'였겠지만, 나에게는 그냥 듣고 넘길 정도를 넘어 스트레스가 쌓일 수준으로 싫은 주제였다.


그래서일까. 휴대폰이 조용한 올해 연말이 그다지 싫지 않다. 물론 연말을 핑계로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 그렇지만 굳이 연말이 아니라도 만나려는 마음만 있으면 되니까, 꼭 다들 바쁜 연말에 나까지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핑계가 있어서) 먼저 전화나 카톡을 걸지 않고 있다.


혼자 놀기에 너무나 익숙해졌거나, 혹은 아직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금 무섭거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2022년 12월 현재,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니 말이다. 적어도 지금은 송년회 없는 올해 연말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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